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회원 등이 31일 충북 괴산군 사리면 백마권역에서 통일벼베기를 하고 있다.전농 충북도연맹 제공
봄을 기다리는 농부들이 가을 들녘에 섰다.
31일 오전 농부들이 충북 괴산군 사리면 백마권역 들판에 하나둘 모였다. 주변 논은 이미 벼 베기를 마친 터라 3300㎡ 남짓한 이곳만 섬처럼 남았다. 낫을 든 이도 있고, 기계를 몰고 온 이도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 시·군 지회 회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다. 이들은 지난봄 ‘통일 논’이라고 이름 지은 이 논에 함께 모내기를 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남북 농민 간 교류에 물꼬를 트려는 마음이었다.
통일 기원제를 조촐하게 지낸 뒤 벼 베기를 시작했다. 1시간 남짓한 작업이 끝나자 2t 정도의 벼가 쌓였다. 박형백 전농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은 “폭염, 태풍 등 위기가 있었지만, 평년작 정도는 된 듯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농민 등이 31일 충북 괴산 백마권역에서 손으로 벼를 베고 있다. 이들 벼를 말리고 포장한 뒤 판매한 수익금으로 트랙터를 사 북녘 농민에게 선물할 참이다.전농 충북도연맹 제공
이들은 다음 달 2일 청주 미원 뜰에서도 벼 베기를 할 참이다. 진천 덕산, 제천 봉양, 옥천 안내, 단양 등 충북 지역 안 다른 통일 논 1만㎡의 벼는 이미 수확해 건조하고 있다.
이들이 올 한해 함께 땀을 흘린 것은 북쪽 농민들에게 전달할 트랙터 때문이다. 이들은 쌀 7~8t 정도를 생산한 뒤 5㎏ 단위로 포장해 1400~1600 부대 정도를 판매할 참이다. 1억2000만~1억3000만원 정도를 모아야 목표한 트랙터 3대를 살 수 있다. 박 처장은 “실제 쌀을 판다기보다 성금을 내주신 분들께 사례를 하는 뜻을 쌀을 전할 계획이다. 뜻대로 진행돼 봄 파종 전에 북녘 농민에게 선물하고 싶다. 남이나 북이나 농사 짓는 이들은 서로 잘 통해 통일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과 충북시민사회 단체 등이 31일 충북 괴산군 백마권역에서 충북통일농기계운동본부를 발족했다.전농 충북도연맹 제공
충북 뿐만이 아니다. 전국 농민들은 트랙터 100대를 사서 북녘에 건네려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통일농기계운동본부를 꾸리고 통일벼베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0일 경남 진주에서도 통일벼베기를 하는 등 전국 들녘에서 통일 벼 베기가 이뤄지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