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철책 제거가 시작된 한강하구의 행주산성~일산대교 구간
철책 없어지며 자전거길, 체험마을 등 들어서
국방부 “첨단장비로 대체해 작전 차질 없어”
국방부 “첨단장비로 대체해 작전 차질 없어”
남-북·북-미회담을 거치며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면서 반세기 넘게 해안과 강변을 가로막고 있던 군 경계 철책이 사라지고 있다. 철책 때문에 지역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전거길과 체험마을, 힐링단지를 조성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경기 화성시 서시면 제부도 입구 케이티(KT) 송신소~송교리 삼거리 사이 1.4㎞에서는 육군 51사단과 화성시, 시민들이 참여해 해안 철책선 철거를 시작했다. 제부도는 화성 8경 중 하루에 두번씩 바닷물이 갈라지며 육지와 섬 사이를 오가는길이 생기는 3경 ‘제부 모세’로 유명하다. 69년 이후 50년 가까이 설치됐던 철책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은 자유롭게 해안을 출입할 수 있게 됐다.
화성시와 군은 이번 철거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궁평리 해수욕장 0.5㎞, 우정읍 고온이항~모래부두 사이 6.5㎞, 박신장 고지 0.6㎞ 등 추가로 3개 구간의 철조망을 모두 제거하고 힐링파크와 가족 야영장 등을 갖춘 궁평리 관광지와 어촌체험마을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체 해안선의 30%인 63.6㎞ 구간이 철책에 막힌 인천시는 내년 송도바이오산업교~고잔톨게이트까지 2.4㎞ 철책을 제거하고 친환경 보행로, 공원 쉼터, 철새 관찰대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까지 15곳 38.6㎞ 구간의 철책을 제거한다. 강원도도 동해안 군 경계 철책 철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6년부터 국방부와 함께 92㎞의 철책을 철거한 강원도는 2022년까지 추가로 38.8㎞의 철책을 철거할 방침이다.
지체되던 한강 하구의 철책 제거도 탄력을 받고 있다. 김포대교∼일산대교 사이 8.4㎞에 설치된 고양시 구간 철책은 다음달 중순 철거가 시작돼 내년 6월 완료된다. 고양시 관계자는 “한강하구 철책이 제거되면 평화누리길과 자전거길이 이어지고 접근성이 좋아져 주민이 누구나 한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 하구 철책은 1970년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해 설치됐으나, 2000년대 이후 한강 하구를 개방해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18일 국방부에 따르면, 전국의 해안과 강기슭에 설치된 413㎞의 경계 철책 중 1차로 지난해까지 114㎞의 철거가 승인됐고, 현재까지 이 가운데 69.3㎞가 철거됐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나머지 경계 철책 298.7㎞ 가운데 169.6㎞에 대해 단계적인 철거 작업에 나섰다. 129.1㎞는 존치된다. 이에 따라 전국 61개 철책 구간 중 즉시 철거가 가능한 15개 구간 34.7㎞는 내년까지 철거되고, 나머지 46개 구간 134.9㎞는 감시 장비를 보강한 뒤 철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경계 철책의 철거와 대체 작업을 추진 중이다. 철책 철거와 함께 기존의 인력 위주 감시 체계에서 장비 중심 감시 체계로 바꿔 현재 수준의 경계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박경만 박수혁 이정하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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