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0월26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당시 남유진 구미시장이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영정에 큰 절을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박정희 대통령 39주기 추모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가 들썩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구미시장의 추모체 참석 여부를 두고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서로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시장은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전병억 박정희 대통령 생가 보존회 이사장은 16일 “장 시장을 몇 번 찾아가 추모제 참석 여부를 물었는데, 아직 확답을 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추모제에 참석하는 것은 구미시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이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단체인 경북애국시민연합은 “장 시장이 박정희 대통령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구미시청 앞에서 며칠째 집회를 열고 있다.
반면 구미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은 지난 15일 공동 성명을 내어 장 시장의 추모제 불참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정희 추모제는 순수한 추모 행사를 넘어 박정희를 이념화하고 우상화하는 행사로 변질됐다. 새로 당선된 구미시장은 이런 잘못된 관행과 이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추모제는 26일 구미시 상모동 생가에서 ‘박정희 대통령 생가 보존회’ 주관 아래 구미시 주최로 열린다. 지금까지 매년 열린 추모제에서는 현직 구미시장이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에 첫번째 술(초헌관)을 올리고 추도사를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이 처음 당선되면서 상황이 불확실해졌다. 장 시장은 “양쪽에서 추모제에 참석해라, 참석하지 말아라 하는 요구가 있다. 그런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 시민들 뜻에 따라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서 열린 탄신제에서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는 매년 10월26일에 추모제, 11월14일에 탄신제가 열린다. 상모동 주민들이 소규모로 시작한 두 행사는 1996년부터 구미문화원으로 행사 주체가 바뀌었다. 그 뒤 한나라당 소속 김관용 전 시장 시절인 2000년부터 구미시가 생가 보존회에 예산을 지원해 행사를 대규모로 열고 있다. 올해도 구미시는 생가보존회에 추모제 1350만원, 탄신제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들 행사가 화제가 된 것은 2013년 11월14일 열린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때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남유진 구미시장이 탄신제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반은 신이고 반은 인간)”이라는 추도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웃음거리가 되면서 두 행사는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