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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여서 보험금 받으라”는 비뚤어진 모정

등록 2018-10-15 12:38수정 2018-10-15 21:28

아들이 어머니와 짜고 아버지 죽이려다 실패
어머니는 “나를 죽여 보험금 받아라” 제안
아들은 전처 암 치료와 재혼 등으로 빚더미
보험금을 타려고 부모를 청부 살해하려 한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아들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차라리 자신을 죽여 보험금을 받으라고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아들은 전처의 치료비로 빚을 지고 있었고, 재혼 비용도 필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5일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를 청부 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해 미수)로 아들 ㄱ(3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ㄱ씨와 짜고 남편을 청부 살해하려고 한 혐의(존속살해 미수)로 어머니 ㄴ(63)씨도 구속했다. 경찰은 ㄱ씨의 부탁을 받고 범행을 도운 혐의(촉탁살해 미수)로 ㄷ(43)씨도 구속하고 ㄹ(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들 ㄱ씨는 어머니 ㄴ씨와 짜고 ㄷ씨에게 부탁해 아버지를 청부 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ㄷ씨는 지난 6월22일 경북 울진군 한 도로에서 승용차로 ㄱ씨의 아버지(72)를 들이받았다. 하지만 ㄱ씨의 아버지는 전치 6주의 상처만 입었다.

그러자 어머니 ㄴ씨는 아들 ㄱ씨에게 “나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라”고 말했다. 이에 아들 ㄱ씨는 ㄹ씨를 시켜 어머니 ㄴ씨를 교통사고로 꾸며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ㄱ, ㄴ, ㄹ씨는 지난 8월5일 대구 수성구 한 도로에서 세 번이나 ‘예행연습’까지 했다. ㄱ씨와 ㄴ씨는 이날 ‘마지막’이라며 함께 막걸리까지 마셨다. 하지만 이날 밤 ㄴ씨가 계획한 차로와 다른 차로에 서있는 바람에 범행은 물거품이 됐다.

자칫 묻힐 뻔 했던 이들의 범행은 살인 청부업자였던 ㄹ씨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어머니를 살해하는 데 실패한 ㄱ씨는 이후 계속 ㄹ씨에게 어머니를 함께 살해하자고 요구했다. 요구에 시달리던 ㄹ씨는 지난 8월6일 대구 동부경찰서를 찾아 “ㄱ씨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나누자고 제안했다가 범행에 실패하자 계속 나를 위협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ㄱ씨와 어머니 ㄴ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자세한 범행 동기와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ㄱ씨는 암 투병을 한 전 아내의 치료비 등으로 2억7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고, 이번 달에 다른 여성과 재혼하는 데도 돈이 필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의 아버지는 사망 때 2억5000만원, 어머니는 사망 때 6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해있었다. 어머니 ㄴ씨는 남편과 함께 경북 울진군에 살고 있었는데 평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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