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간부들이 12일 오후 대구고용노동청장실을 점거하고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가 권혁태(53) 대구고용노동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구고용노동청 청장실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권 청장은 서울고용노동청장이었던 2013년 현장 감독관들의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감독결과를 뒤집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취소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 청장의 사퇴와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취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어제부터 시작한 청장실 항의농성과 천막농성투쟁에 무기한 돌입한다”며 “혈세 낭비, 전시행정인 대구시의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반대 투쟁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임성열 수석부본부장 등 9명은 지난 11일 낮 12시부터 청장실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권 청장은 어디론가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있다.
권 청장은 5년 전 당시 고용노동부 권영순 노동정책실장,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 등과 함께 현장 감독관들의 불법파견 감독결과를 뒤집은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가 불법파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2013년 6월24일부터 감독을 실시했다. 그해 7월19일 현장 근로감독관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그해 7월23일 권영순 당시 노동정책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거치며 이런 감독결과는 뒤집혔다. 고용노동부는 그해 9월16일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최종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는 지난 7월1일 “현장 근로감독관과 본부 실무자들의 의견은 불법파견이라 결론짓고 감독을 종료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들은 감독방향의 전환을 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개혁위의 이 조사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7월31일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이었던 권 청장은 대구고용노동청장으로 발령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현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12일 오후 대구고용노동청 앞 인도에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설치한 농성 천막이 쳐져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을 뒤집고 삼성에게 노조탄압의 빌미를 열어준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의 임명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미 고소되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노동 적폐 중의 적폐인 노조탄압 인사를 대구에 발령한 것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권 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구고용노동청에 문의했지만 권 청장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00억짜리 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취소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20일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지역으로 대구시를 최종 선정했다. 대구시는 ‘전국 최고수준 노사정 상생 및 안정기반이 구축→붉은 조끼·머리띠 추방’ 등이 적힌 계획서를 제출해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지역으로 선정됐다. 대구시는 현재 노사평화의 전당을 짓기 위한 설계를 하고 있다. 내년 5월 착공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대구를 노사평화의 도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대구는 노동자들이 살기 가장 힘든 도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17기준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기준 대구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284만원으로 전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낮았다. 전국 노동자 월평균 임금(352만원)보다는 68만원이나 적었다. 반면 대구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178.3시간으로 전국에서 5번째로 길었다. 대구 고용률(15~64살)은 65.0%로 전국 평균(66.6%)보다 낮았다. 대구 실업률은 4.0%로 전국 평균(3.7%)보다 높았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통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구는 전국 최하위 임금과 최고의 노동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붉은 조끼·머리띠를 추방해 고임금 걱정 없는 경제·노동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만적인 노동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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