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북 진안군 홍삼축제에서 사용된 풍등의 모습. 화재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일자 올해는 풍등이 아닌 엘이디 풍선을 띄우기로 했다. 진안군 제공
지난 7일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 원인이 한 외국인노동자가 날린 풍등의 불씨에서 비롯됐다는 경찰 발표가 나오면서 전국의 축제 현장에서 풍등 날리기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풍등 날리기를 기획했던 전국 지자체들이 속속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은 효석문화제와 백일홍 축제 때 진행하던 풍등 날리기를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해마다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9월이면 봉평면 하얀 메밀꽃밭에서 형형색색의 풍등 수백 개를 날려 눈길을 끌었다.
13∼14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메밀체험관에서 열릴 예정인 제주 메밀축제에서도 풍등 만들기 행사가 취소됐다. 부산에서는 올해 1월 기장군 삼각산 인근 50만㎡를 태운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 풍등이 지목됐다. 이에 따라 삼각산 인근 임랑해수욕장에서 풍등 날리기를 했던 마을 주민들이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충남 공주의 백제문화제에서도 화재 위험과 수거의 어려움 때문에 내년부터 풍등 날리기를 다른 행사로 대체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풍등 대신 화재 위험이 없는 엘이디(LED) 풍등으로 바꾸거나 풍등 날리기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밤 막을 내린 경남 진주 개천예술제에서는 불 풍등 대신 엘이디 풍등 68개를 날렸다. 엘이디 풍등은 화재 원인인 고체연료 대신 헬륨가스를 주입한 풍선을 등 안에 넣고 엘이디 전구를 단다. 18~21일 열리는 전북 진안군 홍삼축제도 풍등이 아닌 엘이디 풍선 띄우기를 한다. 2012년부터 매해 5월 두류공원 두류야구장에서 풍등 날리기를 해온 대구시는 소방당국과 함께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강풍이 부는 때나 화재 위험시설 주변에서는 풍등을 날리지 못하도록 했다.
풍등은 고체 연료에 붙인 불로 등 안의 공기를 데워 하늘로 띄워올리는 소형 열기구로, 아시아 나라들에선 소원을 빌며 날리는 풍습이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지역 축제의 인기 행사로 자리잡았다. 풍등은 공중에서 약 10~20분 가량 머물다 고체 연료가 다 타면 지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바람 등 영향으로 연료가 다 타기 전 지상에 떨어져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소방기본법은 풍등 날리기를 ‘화재 예방상 위험 행위’로 규정해 소방당국이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박경만 박임근 박수혁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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