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수면 내시경을 받던 중 의사 실수로 잘못된 약물을 투여받아 식물인간 상태로 5년을 지낸 40대 여성의 가족에게 병원과 의료진이 1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민사14부(부장 지상목)는 송아무개씨와 자녀가 경기도에 있는 한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병원과 의료진은 송씨 등에게 9억9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송씨의 아내 심아무개(48)씨는 2013년 6월 경기도의 한 외과병원 검진센터에서 마취상태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은 뒤 회복실에서 회복하던 중 이 병원의 간호사로부터 근이완제인 베카론을 투여받고 의식불명 상태를 보였다. 의식을 잃은 심씨는 2시간여 뒤에 ㄴ병원으로 옮겼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의 의식장애와 사지 마비 증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베카론을 처방하고 간호사에게 투약을 지시한 의사는 가정의학과 의사로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데다 베카론을 진통제로 오인하여 잘못 처방하였다”고 밝혔다. 베카론은 신경근차단제로 호흡근육을 이완시켜 호흡 억제, 정지를 유발한다. 이 약물은 전신마취 수술이나 인공호흡을 하는 경우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사용되지 않는다.
또 “베카론은 호흡 억제, 정지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투여한 경우에는 인공호흡을 위한 기관삽관이 필요하고 기관삽관 후에도 적절한 산소포화도가 유지되는지 감시를 해야 하는데 베카론만 처방하고 기관삽관을 하지 않았고, 베카론 투약 후 심씨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될 때까지 14분 동안 산소포화도 유지 여부를 감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들을 종합하면 약물투여 및 감시상 과실로 심씨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며 병원과 해당 의료진은 이에 대한 손해를 공동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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