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경기 고양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서울 상공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7일 오전 10시56분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의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내 저유소에서 큰불이 나 소방당국이 밤늦게까지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날 불은 4463kℓ의 기름이 저장된 저유기 1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함께 일어났다. 평상시 이곳에는 용역직 9명 등 직원 37명이 근무하지만 이날은 일요일이어서 근무자가 6명뿐이었고,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주택가도 저유소와 1㎞ 이상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화재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장탱크는 두께 60㎝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어 화재가 인근 다른 탱크 등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유기에서 불이 나면서 치솟은 검은 연기가 고양 지역은 물론 서울과 김포 지역에서도 보일 정도로 선명해 소방당국에는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 긴박했던 진화 현장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직후 소방헬기 등 장비 161대와 인력 364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화재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 뒤 오후 1시께에는 모든 소방력을 총동원하는 최고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화학물질안전원에 통보하는 등 화재 확대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화재 현장 주변이 워낙 뜨거워 소방관과 헬기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기름에 불이 붙은 탓에 물로 진화가 불가능해 거품 형태의 폼 소화액만 사용했다. 인근 탱크로 화재가 번질 우려 탓에 헬기로 주변에 물을 뿌리는 냉각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기름에 불이 붙었기 때문에 진화는 불이 난 저유소의 기름을 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은 이날 저녁 8시께 연 브리핑에서 “(오후 7시) 현재 1800kℓ의 기름이 남아 있어 다 빼내려면 3시간40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송유관공사 쪽은 화재 신고는 폭발음을 들은 직원이 했으며, 화재 당시 감지 센서는 제대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 진압과 별개로 저유소 인근 지역 시시티브이까지 확보해 화재 원인과 고의 및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현장 시시티브이 분석 결과, 폭발과 화재 발생 이외의 특이 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하늘 뒤덮은 연기…놀란 시민들 시커먼 연기가 고양 지역을 넘어 주변으로 넓게 퍼지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사고가 난 고양시와 인접한 서울 은평구청과 마포구청은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있으니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택가와 비교적 먼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연기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기에 유독성은 있을 수 있지만 주거지가 화재 현장에서 상당 부분 떨어져 있다. 유독물질이 희석되어 연기로 인한 직접적 인명피해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연기와 유해가스가 어느 정도 나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봐야겠지만, 일반적으로 옥외 화재의 경우 수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면 연소가스로 인한 위험성이 크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로 일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산화탄소는 산소운반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떨어뜨려 몸을 경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가급적 화재 현장 반경 1㎞ 이내에서는 외출을 자제하고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 등으로 실내공기 정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7일 불이 난 경기 고양시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내 저유소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중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제공.
■ 화재 장소는 어떤 곳? 화재가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는 불이 난 저유기를 비롯해 모두 14개의 옥외 탱크가 있고 여기에는 모두 7만7380kℓ의 기름이 저장되어 있었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31㎞ 길이의 송유관을 통해 인천에 하루 2542만ℓ의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을 공급하고 하루 이동탱크차량 1100대 분량의 유류 2176만ℓ를 출하할 수 있다.
고양/임재우 기자,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