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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가장 오래된’을 넘어라

등록 2018-09-25 15:51수정 2018-09-25 17:10

‘세계 유일’…하지만 우리에겐 없는 직지
도올 “현대인에 주는 직지 메시지 주목해야”
직지 코리아 축제…새달 1~21일 직지 본향 청주서
2016년 열린 직지 코리아를 찾은 학생 등이 복원된 금속활자를 살펴보고 있다.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2016년 열린 직지 코리아를 찾은 학생 등이 복원된 금속활자를 살펴보고 있다.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세상에 단 한권 뿐인 우리 책이지만 우리에겐 없는 것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직지>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 한 권만 남아 있다. 정보 혁명을 이끈 인쇄술의 결집체로 불리는 <직지>가 세계 속에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것 말고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 직지는 어떤 책? <직지>의 본 이름은 <백운 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어렵지만 두 글자씩 풀어보면 이해가 쉽다. ‘백운’은 고려말 경한(1299~1374) 스님의 호이고, ‘화상’은 깨달음과 울림이 큰 스님을 일컫는다. ‘초록’은 주요 부분을 가려 기록했다는 뜻이고, ‘불조’는 석가모니 등 부처와 선사·조사 등 큰스님을 뜻한다. ‘직지’는 바로 가리킨다는 뜻이지만 ‘직지인심 견성성불’을 줄인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로 보고, 본디 마음을 깨닫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심체’는 마음(선)의 본질, ‘요절’은 중요한 부분을 뜻한다. 경한 스님이 부처·선사·조사 등의 가르침 가운데 주요 부분을 가려 기록한 책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불가에 전해지는 <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을 초록했다는 설도 있다.

큰스님 등이 남긴 말씀, 좌선법 등이 담긴 직지 하권.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큰스님 등이 남긴 말씀, 좌선법 등이 담긴 직지 하권.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책 표지에 적힌 대로 줄여 불리는 <직지>는 상·하 두 권으로 돼 있다. 상권은 비바시불에서 석가모니불까지 7불의 게송(말씀), 가섭존자 등 인도의 큰스님, 달마대사 등 중국의 큰스님이 남긴 깨달음의 말씀 등을 담았다.

하권엔 아호대의 화상의 좌선명 등 선사·조사·화상·대사·국사 등으로 불린 큰스님들의 참선, 문답, 일화 등과 미증유경·능엄경·대승기신론 등 다양한 말씀과 기록이 담겨 있다. 백운 화상은 발문 끝머리에 “옛 가르침으로 마음을 비치다”라고 했다. <직지 강설>을 펴낸 무비 스님은 <직지>를 두고, ‘선불교 최고의 교과서’라고 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최근 청주에서 연 <직지> 특강에서 “직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서가 아니라 내용 때문이다. 직지는 선불교의 핵심·요체이며, 그 메시지가 현대인인 우리에게도 무심, 즉 모든 유혹과 분열, 화쟁을 넘어선 마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직지는 왜 프랑스에 <직지> 하권 마지막 장엔 ‘선광 칠년 정사 칠월 청주목 외 흥덕사 주자 인시’라고 쓰여 있다. 풀어보면, 1377년 7월 청주 교외에 있는 흥덕사에서 주조한 활자로 <직지>를 간행했다는 뜻이다.

직지 하권 마지막 장.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직지 하권 마지막 장.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직지>의 본향이 청주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직지>는 청주는 물론 국내 어디에도 없다. 청주는 수억원의 현상금까지 걸고 직지 찾기 운동을 벌였지만 찾지 못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세계 유일의 <직지> 하권.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세계 유일의 <직지> 하권.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도서번호 109, 기증번호 9832’.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된 세상에 하나뿐인 <직지>의 주소다. <직지>의 존재의 알린 이는 한국인이다. 196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고 박병선씨가 <직지>를 찾아냈고, 이후 1972년 세계 도서의 해를 맞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전시에 출품하면서 세상에 존재를 알렸다.

<직지>는 1886년 한-불 수호 조약 뒤 초대·3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국내에서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11년 파리 경매장에 나온 것을 골동품 수집상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을 주고 사서 보관하다가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직지>는 이후 프랑스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시하지 않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고이 보관돼 있다.

청주시는 시장 등이 대여를 통한 <직지> 국내 전시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프랑스 안에서 직지 특별전을 여는 것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혹여 국내로 들여오거나, 세상에 내놨다가 여론에 밀려 한국 쪽에 압류·몰수·반환될 것을 우려한 프랑스 쪽의 사전 차단 조처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직지>가 청주도 돌아올 수 있게 외교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문화재청·외교부 등은 한국·프랑스 간 직지 공동연구 협약 등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 직지 코리아 페스티벌 <직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말 그대로다. <직지>는 서양을 대표하는 금속활자본 독일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께 간행)보다 70여년 앞서 만들어졌다.

1995년 <타임>은 <직지>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지난 천 년 세계 최고의 발명으로 꼽았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한국은 금속활자 발명과 디지털 기술로 인류에 큰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2001년 유네스코는 <직지>를 세계 기록유산으로 올렸다.

<직지>의 본향 청주는 <직지>의 가치를 ‘가장 오래된’을 넘어 ‘가장 파급력 있는’ 문화 유산으로 승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청주시는 새달 1~21일 청주 예술의 전당, 청주 고인쇄박물관 등에서 ‘2018 청주 직지 코리아 국제 페스티벌’을 연다.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직지 축제의 주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이다. 도올 김용옥은 최근 직지 특강에서 “직지가 단순히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오래됐다는 사실을 자랑하기보다 직지의 높은 정신과 문화 수준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귀띔했다.

직지 특강을 한 도올 김용옥 선생. 김 선생은 지난 12일 청주에서 열린 직지 주제 특강에서 세계 최고의 인쇄물을 넘어 직지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직지 특강을 한 도올 김용옥 선생. 김 선생은 지난 12일 청주에서 열린 직지 주제 특강에서 세계 최고의 인쇄물을 넘어 직지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축제는 직지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다. <직지>를 펴낸 백운화상의 진영(초상)이 처음 공개되고, <직지> 제작에 기여한 묘덕의 의복이 재현된다. <직지>를 수집한 콜랭 드 플랑시, 제작소 흥덕사지를 발견한 김영진, <직지> 상·하권 39장, 78판, 3만여자의 금속활자를 복원한 활자장 오국진·임인호씨 등 직지의 인물을 가상에서 만날 수 있다.

복원된 직지 금속활자판.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복원된 직지 금속활자판.청주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 제공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1904년 고종이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 등 희귀 인쇄물도 전신된다.

김관수 직지 페스티벌 총감독은 “직지의 가치를 인정하는 세계인들에게 커다란(빅) 직지를 보여주려 한다. 금속활자를 만든 애민 정신을 살피고, 직지 속 인물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직지 숲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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