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스승, 부모, 학생 캠핑으로 하나가 되다

등록 2018-09-20 15:48수정 2018-09-20 21:41

제천 세명고 ‘사(스승)·부(아버지)·자(학생) 캠핑’
학교 생활 부적응…고민 많은 학생과 하나 되기
지난 14일 열린 제천 세명고 ‘사부자 캠핑’에서 학생, 부모, 교사 등이 촛불을 밝힌 가운데 한 학생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세명고 제공
지난 14일 열린 제천 세명고 ‘사부자 캠핑’에서 학생, 부모, 교사 등이 촛불을 밝힌 가운데 한 학생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세명고 제공
“어릴 땐 함께 낚시하고,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솔직히 외로워요.”

“아빠로서 잘 놀아준 것 없이 이렇게 멀리 와 버려서 미안하다. 앞으로 행복하게 잘살아 보자 아들….”

지난 14일 충북 제천 세명고 강당엔 텐트 6동이 쳐졌다. 애초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함께 별을 보려 했지만 비가 내려 강당으로 옮겼다.

세명고가 28번째 마련한 ‘사(스승)·부(아버지)·자(학생) 캠핑’이다. 캠핑은 말 그대로 스승과 부모, 학생이 함께 참여한다. 이번 캠핑엔 학생 28명, 학부모인 아버지 7명, 교사 12명이 함께 했다. 사부자 캠핑은 2013년 학생 생활지도를 맡았던 임병용 교사가 제안했다. 주로 흡연, 학교 폭력 등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과 그 학부모 등이 참여했다. 6년째를 맞은 캠핑에는 360여명이 참여했다. 임 교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훈계·징계 등으로 지도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엔 흡연 캠핑을 운영했다. 알게 모르게 담배를 피우는 학생 위주로 팀을 꾸렸다. 수업을 마친 오후 2시 모두 학교 뒤 까치산 등산을 하며 땀을 흘렸다. 그리고 학생, 교사, 부모 등이 어우러져 텐트를 치고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함께 땀을 흘리고, 서로를 감쌀 공간을 만들고, 음식을 나누는 사이 서먹서먹하던 분위기는 수다장으로 변했다.

담배 생각을 잊게 하는 뇌 체조, 금연 퀴즈 대회도 열었다. 이어 세족식이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들의, 학생은 교사의, 교사는 학생의, 또 친구는 친구의 발을 씻어 주었다. 한 학부모는 “아들과 조금 더 가까워져 기분이 좋았다. 평소 몰랐던 아이의 고민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제천 세명고 ‘사부자 캠핑’에 참가한 한 학생이 아버지에게 보낸 손편지. 세명고 제공
제천 세명고 ‘사부자 캠핑’에 참가한 한 학생이 아버지에게 보낸 손편지. 세명고 제공
제천 세명고 ‘사부자 캠핑’에 참여한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세명고 제공
제천 세명고 ‘사부자 캠핑’에 참여한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세명고 제공
이어 촛불을 들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나눴다. 한 학생은 “학교 다니는 동안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로 전화 받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론 좋은 친구 많이 사귀고 학교 잘 다니겠습니다”고 약속했다. 그의 부모는 “많이 사랑한다. 아빠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 아들 사랑해”라고 답했다.

이 학교 박시영 학생부장은 “사부자 캠핑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이다. 함께 텐트 치고, 밥 지어 먹고, 한 공간에서 하룻밤 함께 지내다 보면 마음이 열린다. 아이들 얘기만 잘 들어줘도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