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무양동 상주시청 무양청사 앞마당에 있던 전두환 기념식수가 지난 7월23일(왼쪽)만 해도 잘 자라고 있다. 오른쪽은 20일 바싹 말라 죽어있는 기념식수 모습. 이승일 상주시의원 제공
경북 상주시청 앞마당에서 32년 동안 잘 자라던 ‘전두환 나무’가 한 달 전 갑자기 말라 죽었다.
20일 상주시와 시의회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말 시청 무양청사 앞마당에 있던 느티나무가 고사했다. 이 나무는 1986년 9월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상주를 방문해 기념식수로 심은 것이다. 나무 밑 표지석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순시 기념식수’라고 쓰여 있다. 지금 이 나무는 수액을 공급해도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상태다.
나무가 말라 죽기 한 달 전 더불어민주당 이승일 상주시의원은 전두환 기념식수 철거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24일 열린 제186회 상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임정희 상주시 보건위생과장에게 전두환 기념식수를 철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 과장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 의원은 “독재정권이었고 내란죄를 저질렀고 5·18 등 국민을 학살한 이런 사람의 기념식수를 상주시에서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상주시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나무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지난 3월~5월의 청사 주차장 재포장 공사와 이번 여름 폭염이 나무 고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의원이 전두환 기념식수 철거를 요구한 지 한 달 만에 나무가 말라 죽어 우리도 좀 황당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군부독재의 잔재가 남북 평화정착 시기에 사라진다는 것은 이 또한 역사의 한 갈래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 이 땅에 남아있는 수많은 지난날의 잘못된 역사의 잔재 또한 빠른 시일 안에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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