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 301일째 모습. 박승화 기자
30년 전 513명이 의문사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공식 사죄했다.
오 시장은 16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형제복지원 사건은 무고한 시민을 감금하고 폭행, 협박하고, 강제 노역을 시키는 등 참혹한 인권 유린 사건이었다. 당시 부산시는 복지 시설의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해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늦었지만, 시장으로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이어 “국회에서 계류 중인 특별법이 빨리 통과되도록 촉구하겠다. 법률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생존한 피해자 11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관련 자료 수집, 생존한 피해자 실태 조사, 인권 교육 기관 설립 등 11가지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검찰개혁별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행정부처 훈령만으로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헌법상 여러 원칙을 어겨 위헌·위법성이 명백하다”며 검찰총장에 비상상고를 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하면, 이 사건은 대법원 확정판결 29년 만에 다시 전면 재검토된다. 비상상고는 형사사건에서 판결이 확정된 이후,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이에 검찰은 대검에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16일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시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생존자와 인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 어려운 환경의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 구타, 학대한 사건이다. 공식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12년 동안 3천명 이상이 이런 피해를 봤고, 이 가운데 513명이 사망했다. 일부 사망자는 암매장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1987년 박인근 당시 형제복지원장을 불법 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원장은 전두환 정권 당시인 1981년 국민포장, 1984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박 전 원장은 2016년 6월 이미 숨졌으며,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그에 대한 훈장과 포장을 박탈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 내용을 담은 특별법은 19대 국회에 제출됐으나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이 다시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머물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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