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전 경기지사 재임 당시 열렸던 기우회 모습. 경기도 누리집
남경필 지사 시절 경기도가 권력 기관장들의 사교 모임인 ‘기우회’의 폐해를 인식하고 해산하려 했으나, 남 지사가 결단하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기우회를 주관하는 경기도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경필 전 지사 재임 때 경기도청 쪽에서 기우회의 폐지를 포함해 특단의 조처를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한 관계자는 “기우회 규모가 커지면서 정보와 의견의 공유라는 애초 취지가 변질됐고, 경기도가 주관하는데도 기우회 구성의 다양성은 물론 대표성도 부족했다. 그래서 경기도가 손을 떼거나 해체 등 특단의 조처를 내부에서 검토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기우회를 해산하려 한 이유는 △지역 세력의 카르텔화 우려가 컸고 △기우회 간사 중 일부는 10년 이상 특정인이 독점했으며 △강연회와 회원 구성이 보수 진영에 치우치는 등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과 해체 방안을 보고받은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는 기우회 해체에 대해 “공감하지만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경기도는 결국 기우회 운영위원이 되는 조별 간사의 임기를 무제한에서 1회 연임이 가능한 2년으로 제한했으나, 그나마 회칙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기우회의 경기도 실무 책임자는 “경기도가 도청 총무과에 연락 사무실을 뒀지만, 경기도는 한 회원에 불과했다. 사기업 대표 등 회원의 가입·탈퇴는 운영위가 결정했고, 경기도는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의 권력 기관장들이 다 모이니까 민간 단체장이나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입을 희망했고 회원 가입 청탁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우회 소속인 한 단체장이 사업을 하는 자기 아들을 가입시켜달라고 수차례 경기도에 청탁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80년대 초 경기도 주요 기관장들의 ‘경기조찬포럼’을 모태로 시작된 경기 기관장 모임은 점차 규모가 커져 기우회(회원 190명)와 북부기우회(회원 187명)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기우회는 경기도지사 등 주요 권력기관의 장과 사기업체 대표, 지역 언론사 대표, 사설 학원장, 자유총연맹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같은 수도권의 서울시는 이런 기관장 모임이 없고, 인천의 박남춘 시장은 탈퇴를 선언했지만, 아직 이재명 지사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송원찬 경기복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기우회는 태생적으로 군사정권의 잔재였다. 이런 사적인 모임을 경기도 같은 지방정부에서 관여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고 불합리하다.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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