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대구시 북구 경북대 주변 담벼락에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경북대학교가 원룸 임대인들을 위해 학생 기숙사(생활관) 수용인원을 크게 줄이기로 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신중한 입장이라 경북대가 실제 기숙사 수용인원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경북대 대학본부와 학생 중앙운영위원회 설명을 종합하면, 경북대는 지난달 20일 원룸 임대인 등이 만든 ‘기숙사 건립 반대대책위원회’와 기숙사 수용인원을 모두 332명 줄이기로 구두 협의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무소속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도 참석했다. 경북대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기숙사 수용인원은 모두 4108명이다. 경북대는 지난해 7월부터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수용인원이 1209명인 신축 기숙사를 짓고 있다. 경북대는 4인실을 2인실로 바꾸는 방법 등으로 기존 기숙사 수용인원을 232명 감축하고, 신축 기숙사 수용인원도 100명 줄이기로 했다.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경북대 대구캠퍼스 학생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합쳐 모두 2만5328명이다. 만일 기숙사 수용인원을 감축하지 않고 애초 계획대로 신축 기숙사를 지으면 수용인원은 5317명(수용률 20.99%)이 된다. 하지만 수용인원을 332명 줄이면 수용인원은 4985명(수용률 19.68%)으로 떨어진다. ‘2015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면, 교육부는 18.4%(2012년)인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을 25%(2017년)까지 끌어올려 대학생 주거 부담을 덜어준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북대 주변인 복현1동과 대현동 원룸 임대인들은 지난 4월부터 신축 기숙사 공사 현장에 몰려와 공사 반대 집회를 했다. 이들은 ‘지역경제 다 죽는다’, ‘주민설명회 없었다. 기숙사 건축 공사 즉시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공사를 막았다. 대학본부는 원룸 임대인들과 협의를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학생들은 지난달 20일 언론 보도를 보고 대학본부가 기숙사 수용인원을 줄이기로 원룸 임대인들과 협의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5일 낮 대구시 북구 경북대 안에 신축 기숙사가 지어지고 있다.
경북대 학생 중앙운영위원회 등은 최근 경북대 주변에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는 신축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 반대한다’, ‘본인들의 투자 실패, 책임은 학생이?’, ‘언제까지 학생들이 돈벌이 대상으로만 취급받아야 합니까?’ 등이 적힌 펼침막을 걸었다. 중앙운영위는 이 문제를 더 많은 학생들과 논의하기 위해 5일 오후 7시 전교학생대표자회의를 열었다. 곧 학생총회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본부 본관 점거 농성을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나영(22·의류학과 15학번) 경북대 전교학생대표자회의 의장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육에 대한 복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대학본부가 원룸 임대업자 반발에 학생들만 빼고 이런 합의를 했다는 것에 분노한다. 대학본부는 지금이라도 기숙사 인원 감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룸 임대업을 하시는 분들도 자녀가 있을 건데 이렇게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요구해 관철한 것도 화가 난다”고 했다.
대학본부가 원룸 임대인들과 협의한 것처럼 실제 기숙사 수용인원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교육부가 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 생활관 신축 임대형 민자사업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 및 시설사업기본계획‘은 2014년 12월30일 교육부가 고시했다. 경북대가 신축 기숙사 수용인원을 줄이려면 교육부에 사업변경 요청을 해야한다.
교육부는 경북대 학생들이 제기한 기숙사 수용인원 감축 문제 민원에 대해 4일 “경북대 신축 기숙사 수용인원 축소에 대해 구두로 협의한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었음을 확인했다. 사업변경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학생들의 주거안정 및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한겨레>는 대학본부 입장을 듣기 위해 김상동 경북대 총장과 대학본부 시설과에 연락했지만 모두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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