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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취수구 왜 높나 했더니…MB ‘대운하’ 설계 탓

등록 2018-09-03 05:00수정 2018-09-03 23:04

4대강 사업으로 취수구 높여 보 개방 제한
정부, 내년 1655억원 들여 취수구 개선키로
전문가 “운하 사업이어서 취수구 높아져”
감사원도 “대운하 염두에 두고 4대강 계획”
경남 창원 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낙동강 칠서 취수장. 최상원 기자
경남 창원 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낙동강 칠서 취수장. 최상원 기자
정부가 4대강 보의 개방을 가로막는 ‘높은 취수구’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1655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높은 취수구’ 문제로 개방하지 못해온 낙동강 등 4대강의 보들은 내년 이후 개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수문 개방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인 취수구는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사업을 ‘대운하 사업’으로 추진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준다고 분석했다.(<한겨레> 8월9일치 1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모두 최저수위(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때의 수위)까지 열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1655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1655억원 중 1200억원은 취·양수장 시설 개선 비용이고, 나머지는 현황 조사와 임시 대책 등에 들어간다. 통상 취수장은 먹는 물 취수장을, 양수장은 농업용수 취수장을 말한다. 부처별 예산은 농림축산식품부 1165억원, 환경부 384억원, 국토교통부 106억원 등이며, 양수장이 많아 농식품부의 예산이 가장 크다.

현재 4대강에는 취수장 43곳과 양수장 162곳 등 모두 205곳의 취·양수장이 있다. 4대강 16개 보는 관리수위부터 최저수위까지 6단계로 나눠 수위를 관리한다. ‘관리수위’는 수문을 완전히 닫아 보에 물을 가득 채운 수위다. 또 모든 보에는 단계별로 수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수문을 열거나 닫을 수 있는 ‘가동보’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4대강의 취·양수장은 보의 수위가 변하더라도 강물을 끌어올리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지난 8월 낙동강 본포 취수장에 녹조가 발생해 녹조 제거 장비를 가동한 모습. 최상원 기자
지난 8월 낙동강 본포 취수장에 녹조가 발생해 녹조 제거 장비를 가동한 모습. 최상원 기자
그런데 4대강 사업 당시 정부는 취·양수장 시설을 이동·보강하면서 취수구 높이를 일괄적으로 보의 ‘관리수위’에 맞춰 끌어올렸다. 따라서 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금만 낮추면 취수나 양수에 바로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4대강 보들은 수위를 약간만 낮춰도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난다. 애초 먹는물 취수는 6단계 최저수위 바로 위 ‘하한수위’까지, 농업용수 취수는 3단계 ‘양수 제약수위’까지 가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네번째 감사보고서에서 “보 수위 운영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채 양수장을 이설·보강하여, 관리수위 이하로 수위를 낮출 경우 양수 제약 등을 초래하고, 보완을 위해서는 추가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수구 높이가 이렇게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네차례 감사도 밝혀내지 못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도 “결과에는 문제가 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그 이유가 ‘대운하 사업’에 있다고 지목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1단계인 수심 6m와 운하용수 확보를 위한 사업이었다. 운하는 수위를 낮춰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취수구 높이도 높게 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도 “4대강 16개 보는 모두 소수력발전소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면 가동할 수 없다. 취·양수장뿐 아니라 4대강 사업 그 어디에서도 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는 것은 고려되지 않았다. 준설과 보 규모를 볼 때 4대강 사업은 오로지 운하 건설을 위한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낙동강 본포 취수장에 녹조가 발생해 녹조 제거 장비를 가동한 모습. 최상원 기자
지난 8월 낙동강 본포 취수장에 녹조가 발생해 녹조 제거 장비를 가동한 모습. 최상원 기자
전문가들의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 시절 감사원에서 발표한 ‘4대강 사업 3차 감사 결과’에 포함돼 있다. 당시 보고서는 “국토부는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변경하고도 추후 대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하고 “준설, 보 설치 계획은 추후 운하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운하의) 갑문은 보 설치와 별도로 어도 옆에 추가 설치하거나 둔치·제방 등을 통과하도록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도 퇴임 직전인 2013년 1월 4대강 사업 책임자 2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이제 내가 (운하 사업을) 거의 다 해놨기 때문에 나중에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서 갑문만 달면 완성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운하 사업’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중심으로 영산강과 금강을 모두 운하로 연결하려던 사업이었다.

최상원 허승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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