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청년배당이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출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르는 개념도. 성남시
지방정부가 복지지출로 침체한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는 일이 가능할까?
경기도가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복지지출에 기반을 둔 지역경제 활성화 실험에 나선다.
29일 경기도의 말을 종합하면, 도는 최근 ‘지역화폐의 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지역화폐 조례안)’과 ‘경기도 청년배당 지급에 관한 조례안(청년배당 조례안)’을 연이어 입법 예고했다. 올 하반기 경기도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지역화폐 조례안은 시장·군수가 지역화폐를 발행 유통하는 경우, 도지사가 소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에 지급하는 수당·시상금·맞춤형 복지비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년배당 조례안은 도내 모든 청년에게 조건 없이 연간 100만원씩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종이·카드·모바일 상품권이 포함된다.
청년배당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정지출이라면, 지역화폐는 이런 복지지출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끄는 ‘통로’다. 즉, 경기도와 시·군이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지역화폐로 주면 지역 내 전통시장과 중소영세업자, 소규모 유통업소에서 사용돼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4년간 발행할 지역화폐 규모는 1조590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복지지출은 매년 경기도 내 24살 청년 17만명씩 4년간 68만명에 지급될 청년수당 6800억원과 무상산후조리비를 포함해 모두 8852억원 규모다. 또 시·군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체 발행할 7053억원도 들어 있다. 이런 재정이 복지지출 등을 통해 지역 전통시장과 중소영세업자, 소규모 유통업소에 쓰이는 셈이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시행했던 성남 3대 무상복지와 지역 화폐 지급 모델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생산적 퍼주기식 재정지출을 뜻하는 ‘복지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가 발행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에서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지역화폐가 발행될 전망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이에 대해 “포퓰리즘은 할 수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가 못하는 ‘제1 유형’과 경제나 사람들에게 나쁜 복지를 하는 ‘제2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청년배당은 실제로 실행하고, 최하위층 소득을 증가시켜 지역경제에 이로우니까 이들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복지지출이지만 지역경제에 생산적 효과를 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해 강원도 춘천·화천·양구의 고향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예산 대비 부가가치는 춘천이 9.63배, 화천 15.86배, 양구 6.34배 등 예산 대비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소상공인과 정계현 사무관은 “성남시 빅데이터 분석에서 청년배당 등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해보니 성남 재래시장(돌고래시장·금호시장)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에 견줘 27.8%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복지지출을 지역화폐로 했을 경우 선순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월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을 발행한 강원도의 경우, 지난 6월 기준으로 830억원 어치를 발행해 이 중 540억원을 판매했는데 519억원이 회수됐다. 이밖에 전국의 6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고향사랑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들은 할인된 상품권을 주민이 사 지역 시장에서 소비하지만, 경기도 지역화폐의 경우 전체의 절반인 8천억가량이 복지재정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강상재 한국외대 경제학부 외래교수는 “지금처럼 국내 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복지가 비생산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넘어서 복지지출을 기반으로 보편적 복지도 확대하고 침체한 지역경제도 살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시도이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