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개방한 세종보 일대가 세종시 금강 구간 가운데 가장 수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 보 위쪽으로 모래밭과 풀밭이 형성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보를 개방한 세종보의 수질이 나빠졌다는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의 보도와 달리 세종보 부근은 세종시 금강 구간 가운데 가장 수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보 부근의 수질이 과거보다 나빠진 것은 올해 폭염과 가뭄으로 녹조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 20일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 시민단체 금강유역환경회의 등이 세종시 금강 구간에서 수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종보 상류 10m 지점에서 뜬 물의 유해 남조류 개체수는 ㎖당 6475셀로, 조사한 5개 지점 가운데 가장 수질이 좋았다. 반면, 세종호수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햇무리교 상류에 돌보 형태로 만든 양화취수장에서 뜬 물의 유해 남조류 수는 3만7580셀/㎖로 세종보의 5.8배에 이르렀다. 또 양화취수장 옆을 흐르는 강물은 7615셀/㎖, 세종시청 앞은 7795셀/㎖, 금남교 아래는 8860셀/㎖로 세종보보다 나빴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유해 남조류는 녹조를 형성하는 주요 조류다.
결국 세종시 구간의 금강에서 수문 개방으로 물이 빠르게 흐르는 세종보 구간이 가장 수질이 좋았고, 역시 물이 흐르는 다른 지점들도 모두 수질이 좋은 편이었다. 다만 취수를 위해 물을 가둬놓은 양화취수장 돌보 안쪽은 다른 지점들보다 유해 남조류 수가 훨씬 많았다.
이번 조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매체들이 수문을 연 세종보 부근의 유해 남조류 수가 수문을 열기 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6일 세종보의 유해 남조류 수는 1만7185셀/㎖로 지난해 8월 6360셀/㎖와 2016년 8월 3040셀/㎖의 2~5배에 이르렀다. 당시 전문가들은 보를 연 뒤의 수질이 보를 열기 전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 등 전문가들이 금강유역환경청에 세종시 금강 일대의 유해 남조류 정밀 조사를 요구했다.
허 총장은 “이번에 세종시 금강에서 5군데를 조사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하류인 세종보 부근이 가장 수질이 좋게 나왔다. 이것은 세종보를 열어서 물이 흘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도 “강물 일부만 막고 있는 양화취수장 돌보 안쪽의 유해 남조류 수가 흐르는 강물의 6배에 이르렀다. 이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만약 세종보를 닫고 있었다면 세종시 금강의 유해 남조류 수는 양화취수장 이상이었을 것이다. 세종보를 열었기 때문에 녹조가 현재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를 개방한 세종보 일대가 세종시 금강 구간 가운데 가장 수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 보 아래쪽으로 자갈밭이 형성됐고, 맑은 강물이 흐른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러면 지난 6일 세종보 상류 금남교 아래의 유해 남조류 수가 2016~2017년 같은 달보다 나빴던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허재영 총장은 “올해 금강의 수질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나빠진 것은 수문을 열었기 때문이 아니라 폭염과 가뭄으로 녹조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재은 국장도 “녹조 발생의 4대 조건 중 올해 일사량과 수온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같은 금강에서 수문을 열지 않은 백제보의 유해 남조류 수는 39만8820셀/㎖로 세종보의 23배였고, 수문을 연 공주보는 1만3655셀/㎖로 세종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수문을 연 영산강 죽산보는 7만1537셀/㎖, 승촌보는 465셀/㎖였고, 수문을 열지 않은 창녕함안보는 당시까지 사상 최대인 71만5993셀/㎖, 합천창녕보는 24만5500셀/㎖를 기록했다. 지난 6일은 4대강의 녹조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었다.
한편, 세종시 금강의 유해 남조류 수는 지난 6일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송인걸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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