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마른 하천인 제주시 한천이 한라산에 내린 폭우로 빗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이틀째 끊겼던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하늘길과 뱃길이 24일 열렸다.
태풍의 길목인 제주지역은 태풍 피해가 가장 컸다. 제주지역에서는 관광객 1명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고, 다른 1명은 부상을 입었다. 24일 태풍이 할퀴고 간 제주지역은 강한 바람과 함께 부러진 나뭇가지가 곳곳에 흩날리고, 폐기물 등도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읍·면지역에 침수 돼 통행이 어렵게 된 농로 등은 소방대원과 공무원들이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빼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2~23일 이틀 동안 발이 묶였던 항공편이 이날 오전 7시부터 운항이 재개돼 이날 하루 동안 임시편을 포함해 565편이 운항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공항 사정으로 일부 항공편은 결항되기도 했다. 제주공항은 뭍으로 빠져나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 이틀째 끊겼던 뱃길도 이어져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제주항과 전남 녹동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을 시작으로 여객선 운항이 재개됐다.
앞서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 23일 오전 10시20분께는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승객대기실과 면세점 등에서 천장이 누수된 곳이 10여곳 발생했고, 비슷한 시각 제주시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의 1~2층 천장도 태풍의 영향으로 파손됐다. 도내 초·중·고교 가운데 침수 등의 피해를 입거나 파손된 학교도 17곳에 이르렀다.
세찬 강풍과 함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던 제주 서부지역인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망고와 감귤 비닐하우스, 대정읍 영락리 양식장 등도 큰 피해를 입었다. 서귀포시 안덕면과 대정읍, 표선면, 제주시 조천읍과 신시가지 등 제주도 전역에 걸쳐 전선이 끊기거나 침수돼 정전이 일어난 가구도 1만4639가구에 이르렀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전 피해가 난 서귀포시 상예동을 찾아 “정전은 생명안전은 물론 농가 비닐하우스, 양어장, 양돈장의 온도조절 시설까지 영향을 끼쳐 2차 피해로 커질 수 있다. 상습 정전 피해 발생지역에 대해서는 한전과 함께 전선 지중화에 대한 검토를 논의하고, 우선 벌목 등을 통해 전선줄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농작물 피해면적은 2700여㏊로 잠정 집계됐다. 콩과 양배추, 참깨, 메밀 등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도는 앞으로 농작물 피해 집계를 시작하면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는 이날부터 피해 집계와 함께 피해복구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제주시도 피해복구를 위해 읍·면·동 지원부서를 지정해 모든 직원이 읍·면·동 직원들과 함께 도로 잔여물 수거 작업과 함께 농업 피해조사에 들어갔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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