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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상륙지역 예상보다 남하…호남·충청·강원 ‘초비상’

등록 2018-08-23 20:07수정 2018-08-23 23:34

서해·동해 수만척 선박 대피
내륙은 집중 호우에 침수 대비
전남·경북 남부권도 ‘조마조마’
고흥 거금·소록대교 첫 통행금지
태풍 ‘솔릭'이 북상한 23일 저녁 전남 목포 온금동 바닷가 한 식당 주인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목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태풍 ‘솔릭'이 북상한 23일 저녁 전남 목포 온금동 바닷가 한 식당 주인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목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태풍 솔릭이 한반도로 다가오면서 전국이 초비상 사태다. 모든 지방정부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태풍 경로와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통과 경로 폭탄 맞는 호남·충청 한반도 첫 상륙지로 예상되는 호남과, 충청 등 서해안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태풍 솔릭은 애초 충남 보령·서천, 전북 군산 등에 상륙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기상청은 20호 태풍 시마론의 영향 등으로 23일 밤 11시께 전남 목포에 상륙한 뒤 광주·충북을 거쳐 강원 강릉 부근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태풍 직접 영향권인 전남·광주·충남·대전·세종·경남 등에 태풍 특보가 내려졌다.

23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 주민 4600여명은 강풍으로 거금대교와 소록대교의 통행이 금지돼 발이 묶였다. 주민들은 마을방송을 통해 23일 낮 12시30분부터 두 다리의 통행을 금지하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리를 건너 녹동항에 일 보러 나갔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전남도는 또 산사태 위험 지역에 사는 홀몸 어르신 766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또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등 모두 1380곳의 학교가 이날 하루 휴업했다. 광주의 학교 623곳은 수업을 단축하고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목포, 여수, 완도 등 항구의 여객선 94척이 운항을 중단했고, 연근해에서 조업하는 어선 2만6709척도 내항으로 피하거나 부두로 인양됐다. 무등산과 지리산, 내장산·다도해·한려해상 등 국립공원의 탐방로 50여곳도 출입이 통제됐다.

전북의 어민들은 배를 정박해놓고 어서 빨리 태풍이 통과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말도 어촌계장 박해열(72)씨는 “배를 2척 가지고 있는데,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22일)부터 항구에 배를 정박해 놓고 쉬고 있다. 태풍이 피해를 입히지 않고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풍 솔릭이 상륙할 것으로 알려졌던 충남 태안군민들은 태풍 진로가 오른쪽으로 꺾였다는 소식을 듣고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비가 그쳐야 지나간 거지 아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2010년에는 태풍 곤파스가 서해로 북상해 서산·태안을 관통하면서 아름드리 안면도 소나무와 전주를 부러뜨렸다. 이상욱(60) 태안군 고남면 장곡4리 이장은 “장대비가 그치고 바람이 잠잠해지고 논과 밭, 양식장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의 바로 남쪽에 들 것으로 우려되는 대전, 세종, 충북도 경찰·소방 등과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세종의 모든 학교는 24일 휴업하기로 했으며, 대전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업·단축수업을 하기로 했다. 충북은 24일 모든 학교가 휴업하기로 했다.

24일 오전부터 태풍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되는 충북은 내륙·산간 등을 중심으로 태풍 대비에 나섰다. 충북은 계곡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 169곳, 산사태 취약지역 1586곳, 급경사지 붕괴위험 지역 1283곳, 하천 등 재해위험 지역 178곳 등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했다. 이재민 발생에 대비해 구호물자 3172세트와 취사용품 1858세트를 준비하고, 대피소 700여곳까지 확보했다.

■ 빨리 나가주길 바라는 강원·동해안 태풍 출구 지역으로 꼽히는 강원은 산, 들, 바다에서 긴장하고 있다. 강원도 산사태 취약지역 2799곳과 대규모 산지 전용지, 임도 사업지, 태양광발전 시설 등에 대한 예방 점검을 마무리하고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와 동해안 6개 시·군은 전날부터 방파제와 항·포구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바다에 설치된 어망과 양식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강원 동해안 선박 2800여척을 항구 안에 정박하거나 육지 인양을 유도하고 있다.

설악산과 오대산, 태백산 등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집중호우에 따른 낙석과 산사태 등을 우려해 지난 22일부터 고지대 탐방로를 전면 통제했다. 강원 삼척시는 23~24일 모든 관광지에 대해 임시 휴관 조처했다. 해상케이블카와 해양레일바이크, 해신당공원, 수로부인헌화공원, 장호비치캠핑장, 환선굴, 대금굴, 장미공원 등이다.

춘천시는 24일 개막하는 2018 춘천 국제레저대회를 위해 설치한 몽골 텐트 62채와 관람객용 대형 텐트 지붕을 모두 철거했다. 강풍과 폭우로 인해 시설물이 파손되면서 관람객이나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화천군과 인제군, 홍천군 등 태풍 이동 경로에 있는 지역은 시설물과 대형 공사장 등의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보호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상륙 지점 남하에 남부권 다시 걱정 태풍 상륙 지점이 예상보다 남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남부 지방도 긴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침수에 대비해 기장군 월천교(길이 100m)를 통제하고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경남도는 태풍에 대비해 인명피해 우려 지역 465곳, 재해 취약시설 863곳, 산사태 우려 지역 2415곳, 배수 펌프장 560곳, 이재민 주거시설 1218곳 등을 안전점검했다. 어선 1만5000여척을 항구에 피항시켜 결박했고, 양식장 2300여곳도 결속 작업을 마쳤다. 문화재 수리 현장 45곳과 재해구호물자 보관창고인 함양물류센터도 예찰했다. 하동과 남해, 거제 등지의 초·중·고 43곳과 유치원 36곳도 휴업했다.

태풍의 오른쪽에 들 경북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태풍의 오른쪽이 폭우·강풍 등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경북은 23일 동해안 항포구 135곳에 어선 3400여척을 정박시켰다. 하천 등 침수될 수 있는 지역에 주차된 차량 1496대를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으며, 급경사지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 240곳 등을 점검했다. 대구시도 이날 인명피해 우려 지역 18곳을 점검하고, 팔공산과 앞산 등 주요 등산로를 통제했다.

■ 수도권, 직접 통과 경로는 피했지만 경기도는 강풍·폭우에 대비해 타워크레인 2748대의 운용 실태를 살피는 등 건설 현장을 긴급 점검했다. 경기도청 신청사 공사 현장, 용인의 아파트 공사 현장 등에서 강풍에 견딜 수 있게 장치를 조절했다. 경기도는 공사 현장 외에도 간판과 옥외광고판 1303개를 보호·철거 조처하고, 선박 1071척은 결박(763척)하거나 육상 인양(308척)하는 등 태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에 대비했다.

인천은 방재시설, 상습침수지역 등 40여곳의 인명피해 우려 지역에 대해 특별점검을 하고, 선박 1817척을 안전지대로 대피할 것을 조처했다. 인천과 인근 섬을 잇는 12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또 인천항에는 화물선 등 선박 289척이 피항했다. 인천은 24일 유·초·중교는 전면 휴업을 결정했으며, 고교는 휴업을 권고했다.

서울시도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신월 빗물 저류 배수시설을 침수 피해 발생 시 미리 가동해 빗물 32만톤을 저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 시는 34개 침수 취약 지역과 급경사지, 노후 축대 등 강풍에 취약한 시설을 점검했다.

오윤주 안관옥 박임근 송인걸 박수혁 김일우 김영동 김기성 이정하 기자 sting@hani.co.kr

[화보] 태풍 ‘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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