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장 두레가 펼치는 농촌마당극 큰잔치. 두레 제공
영화, 연극 등 공연은 모두 도시로 간다. 극장도 도시에 몰려있다. 관객,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골, 촌이라고 눈과 귀,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북 청주에 뿌리내린 예술공장 두레는 여름 이맘 때 유랑극단처럼 공연을 들고 시골을 찾는다. 올해가 14번째다. 오는 24~26일 청주 내수 비상초 바깥 공연장에서 농촌 우수마당극 큰잔치를 한다. 논밭으로 둘러싸인 작은 학교다. 주변엔 공연을 보려면 30분 이상 차를 타고 청주 시내까지 가야 하는 농촌 마을이 즐비하다.
두레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극단과 작품 보따리를 들고 함께 마을을 찾는다. 사흘 동안 이어지는 축제에는 대전 마당극단 좋다(돌아온 약장수), 전북 장수 극단 누렁소(할머니), 서울 예술사랑방 온(제밀주 과장, 바라춤), 부산 극단 자갈치(무자 이야기) 등이 무대에 선다. 청주 극단 마중물(서울 촌놈 길들이기), 풍물굿패 씨알누리(풍물판굿)도 청했다. 두레는 통일 바람을 담은 창작 마당극(꿈에라도 넋이라도)으로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이들 극단의 초청료(개런티)는 ‘품앗이’다. 도시 극단들이 시골 무대에 서는 대신 이들이 청하는 도시 무대에 두레가 서기로 했다.
신태희 두레 사무국장은 “연극제 등에서 눈여겨봐 온 작품과 극단을 초대했다. 모두 작품성이 빼어나고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농촌 주민을 위한 공연 취지를 설명했더니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두레는 관객도 모신다. 승합차 3대를 빌려 공연장 주변 덕암·비상·초정리 등 마을 11곳을 샅샅이 누비며 어르신·어린이 등 관객들을 태워 올 참이다. 전 등 음식을 나누고, 탈·목걸이 만들기, 투호 등 할 거리도 풍성한 잔치판을 벌일 생각이다. 신 사무국장은 “문화가 고픈 농촌 마을 주민들에게 공연 선물을 하고 싶었다. 무료 공연이지만 수준이 높아 만족도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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