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당원이 올해 초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일표 국회의원에 대한 공판을 조속히 진행하라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제공
양승태 대법원이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홍 의원이 무죄를 받도록 ‘방어 전략’을 검토했다는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한겨레> 8월13일치 1면 참조) 특히 홍 의원에 대한 기소에서 1심 선고까지 1년5개월이나 걸린 일 역시 양승태 대법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 3월 홍 의원과 홍 의원 사무실 회계 책임자 등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홍 의원이 2010~2013년 정치자금 7600만원을 빼내 다른 용도로 쓴 뒤 회계장부를 조작했고, 2013년 지인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사 의뢰 뒤 1년이 다 되도록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나 기소를 하지 못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당원들이 2017년 3월 초부터 인천지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에 돌입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검찰이 수사를 질질 끄는 것은 홍 의원이 판사 출신, 국회 법사위원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제야 검찰은 2017년 3월 말 홍 의원 등 9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 당시 검찰은 “홍 의원이 3년 동안 가공 인물에게 월급을 준 것처럼 꾸미고, 그 돈을 정치와 관련이 없는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혐의를 밝혔다.
하지만 기소된 뒤에는 재판이 한없이 늘어졌다. 홍 의원은 공판 기일 변경 등을 통해 재판을 차일피일 미뤘다. 민주당은 “제 식구 감싸기”라며 지난해 10월16일부터 다시 릴레이 1인시위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은 “피의자가 9명에 이르고, 쟁점에 대한 증인 신청이 많아 시간이 소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공판 기일을 올해 3월까지로 미리 정해 놓고 재판을 열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재판 날짜가 수차례 변경돼 결국 이달 16일 선고를 할 예정이다. 검찰은 1심에서 홍 의원에게 징역 1년10개월에 3900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홍 의원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미뤄진 것은 양승태 대법원의 핵심 과제였던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홍 의원이 2014년 12월 상고법원 도입 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홍 의원 지역구인 인천 남구갑의 민주당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이에 총대를 멘 사람이 홍 의원이었다”고 말했다.
홍 의원 쪽은 이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건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려 하면서 수사가 길어졌고, 재판은 피의자가 9명이어서 증거 조사에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홍 의원 쪽은 “해당 재판의 상당 기간은 양승태 대법원이 끝난 뒤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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