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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광역정부 인사청문회…11곳중 8곳 ‘낙마 0명’

등록 2018-08-12 18:00수정 2018-08-12 20:49

부지사·부시장·공기업 대표 등 대상
상위법 없어 부적격 후보도 임명강행
전체 후보자 88명 중 낙마는 9명 뿐

지방의회 관련조례 제정 시도
중앙·단체장 반발로 번번이 실패
“시민이 지방자치법 개정 압박해야”
2016년 6월 경기도의회에서 경기일자리재단 대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2016년 6월 경기도의회에서 경기일자리재단 대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광역지방정부의 인사청문회가 널리 도입되고 있으나, 지방정부 인사청문회를 규정한 상위법이 없고 단체장의 임명권을 견제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처럼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한겨레>가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인사청문회 실태를 조사했더니 서울·인천·대구·대전·광주·경기·강원·전남·경북·제주·충남 등 11곳의 시·도 의회가 광역정부의 부지사와 부시장, 지방 공기업과 출자·출연 기관 대표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제주도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 의회가 감사위원장과 정무부지사의 인사청문회를 열고 있다. 감사위원장은 도 의회 본회의에서 동의를 받아야 하고, 정무부지사는 청문 절차만 거치면 된다. 그밖에 도지사가 임명하는 주요 직책인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5개 공기업 대표도 2014년부터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지만 청문 절차를 거치면 된다. 도 의회는 이번에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꾸려 오는 17일 제주시장 후보, 20일 서귀포시장 후보의 청문을 한다.

경기도는 2014년 산하기관 6곳의 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처음 실시했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수였던 경기도 의회가 연정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협약에 따라 이번 민선 7기에도 인사청문회를 연다. 도지사가 도 의회에 피지명자 인사청문을 요청하면 1주일 안에 두 차례 청문회를 연다. 이어 10일 안에 도지사에게 결과를 통보하면 도지사는 임명 또는 지명 철회를 한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최근 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1991년 부산시의회가 개원하고 27년 만에 처음이다. 부산시 관계자와 부산시의원 각 5명씩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는 지난 2일에 이어 9일 2차 실무협의회를 열었다. 쟁점은 청문 대상이다. 6개 공사·공단으로 할 것인지, 19개 출자·출연기관도 포함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경남도지사와 경남도의회 의장은 오는 23일 출자·출연기관장 인사검증 협약을 체결한다. 청문 대상은 자본금 100억원 이상 산하기관 6곳이다. 경남도의회 6개 상임위원회가 1곳씩을 맡아 기관장 후보를 검증한다. 검증은 범죄·병역·재산·학력 등을 포함한 도덕성 검증과 능력을 살펴보는 정책 검증으로 나뉜다. 검증 기간은 평일 기준 10일이다.

인사청문회를 여는 광역단체 11곳 가운데 10곳은 자치단체장이 기관장 등을 임명하기 전에 청문회를 열지만 충남도는 유일하게 자치단체장이 임명하고 나면 3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연다. 이른바 사후 검증이다.

인사청문회를 여전히 꺼리는 지방정부도 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의원들은 인사청문회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송철호 울산시장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와 세종시, 전북도도 인사청문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국 11개 지방정부가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지만, 문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데 있다.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에 자치단체장의 임명을 견제하는 장치가 없어서, 청문회를 자치단체와 의회간 협약이나 예규와 훈령에 기대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혜택을 누리고 있는 제주도를 빼면 청문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도 자치단체장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8월 강원도 의회는 산업경제진흥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나, 최문순 지사는 임명을 강행했다.

자치단체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자치단체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11개 광역정부에서 88명의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섰는데, 8개 광역정부에선 청문회에 나선 후보자 42명 전원이 임명장을 받았다. 낙마자가 나온 곳은 제주와 광주, 대전 등 3곳뿐이었다. 제주도는 27명 후보자 가운데 5명(18.5%), 광주시는 11명 가운데 3명(27.3%), 대전시는 8명 가운데 1명(12.5%)이 낙마했다. 결국 전체 후보자 88명 가운데 9명(10.2%)만 낙마했다.

의회가 인사청문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정부와 자치단체가 발목을 잡았다. 광주시의회는 2012년 인사청문회를 시행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이 조례가 상위법인 공기업법에 위반된다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행안부 손을 들어줬다. 이어 전북도의회가 2014년 9월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를 공포했으나 도지사가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조례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독주를 견제하고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선 자치단체장의 임명권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지방자치법 등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것은 사실상 자치단체장을 공천하고 인사를 청탁하는 국회의원이다. 지방 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시민들이 지방자치법 개정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허호준 송인걸 홍용덕 안관옥 최상원 신동명 구대선 박수혁 김미향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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