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언한 것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은 2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변죽만 올리는 사이 지금도 매주 두차례 주민들이 안산시청에 몰려와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안산에서는 세월호 추모공원을 놓고 민민 갈등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은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 경기 안산지역의 최대 이슈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후보들은 일제히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을 반대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윤 시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을 약속했다.
야당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당선된 윤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추모공원을 세계적인 명소로 짓겠다고 약속하신 것을 믿는다”며 세월호 추모공원을 예정대로 조성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 기간 내내 그는 갈라진 안산의 민심을 온몸으로 느꼈다고도 했다.
윤 시장은 “자녀가 원인도 모르게 죽었는데 그 부모가 죄인이 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윤 시장은 “선거 기간 중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왜 반대하냐’고 물어보면 ‘추모시설이니까 안된다’고 하더라. 당선 뒤에 안산지역의 각 동사무소를 방문하면서 만난 주민들은 ‘사람들이 휴식하는 공원에 300명의 공동묘지를 두면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말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민심이 이처럼 양분된 데에는 국가의 책임도 크다고 윤 시장은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추모시설을 짓는데 구체적인 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추모시설을 지하에 짓고 지상에는 도서관을 짓는 등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등 그 내용과 방법, 추진 절차는 물론 세월호 피해 지역인 안산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원할 것인지를 제시해주어야 이런 주민 간의 갈등 해소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지난 2월 제종길 전 안산시장이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 예정지로 발표할 당시 경기 안산이 화랑유원지 모습. 안산시 제공
전임 시장인 제종길 안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기릴 세월호 추모공원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의 정부 합동분향소 옆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 2월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을 조성키로 한 지 2년 5개월여만이었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시간이 흐른 것을 감안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하지만 경기 안산시가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사업 외에도 국립 시민공동체 회복센터 건립과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 건립, 안산 국립도서관 건립, 안산선(초지~한대앞역) 지하화 등 구체적으로 지역 지원 정책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시장은 “최근에 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세월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한 만큼 이제라도 국가가 안산지역의 민민갈등을 해소하는 데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