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첫 경기도청 월례회의에서 이재명 지사는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부양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억강부약’이 민선 7기 경기도정의 핵심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제공.
“힘든 한주였지요. 다가올 1주일이 두렵다.”
8일 경기도청공무원노조 누리집에 ‘실천행정’(닉네임)이라는 한 누리꾼이 이재명 지사의 취임 첫 주를 ‘폭풍 같은 지난 1주일’이라면서 올린 글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당 소속 도지사에서 16년 만에 민주당 소속 지사로 바뀌면서 도청 분위기가 달라진 탓이다. 공무원들은 초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지사 취임 뒤 경기도는 점심 시간 등 공무원의 복무 규정을 강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낮 경기도청 인근에서 점심을 마친 한 공무원은 12시40분이 되자 도청으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그는 “새 지사가 들어오고 난 뒤 점심 시간을 엄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취임 이후 경기도청에서는 오전 11시30분께 외부식사를 위해 나가던 공무원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여기에 경기도가 소속 공무원에게 명찰 착용까지 지시하자, 일부 공무원 사이에서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못 달겠다’는 등의 반발이 나왔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이 지사에게 명찰 패용 방침에 대해 항의한 뒤, 명찰 제작을 보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도 설명은 다르다. 총무과 관계자는 “(점심 시간 등) 복무 규정 강화는 이 지사의 지시 때문이 아니다. 점심 시간 준수는 올 3월에 이어 지난 3일 통상적으로 강조한 것이며, 명찰 패용은 목에 거는 기존 공무원증을 (민원인 등이) 잘 알아볼 수 없어 개선 차원에서 안이 나온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 말을 안 듣던 공무원들이 이 지사가 새로 취임하자 복무 규정 등을 알아서 더 잘 지킨다는 것이다. 명찰은 더 좋은 개선책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5일 첫 월례회의에서 공직자들에게 규정이나 절차,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행정 목표가 설정되면 최대한 빨리 결정해 실행하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제공
지난주 경기도의 주요 부서에 대한 인사와 업무 스타일의 변화도 공무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 지사는 ‘연정 부지사’를 폐지하고 ‘평화 부지사’를 신설한 데 이어 5개 핵심 보직에 대해 교체 인사했다. 인사운용팀장과 채용팀장, 언론행정팀장, 의전팀장, 미래전략팀장이다. 또 이날부터 시작된 실·국 업무 보고도 단순 보고가 아닌 지사의 질의, 담당 간부의 응답 방식으로 바꿨다.
한 고위 공무원은 “기존에는 간부가 단순히 보고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지사가 자료를 미리 검토하고 질의-응답식으로 하겠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국·과장 인사도 불안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첫 경기도청 월례회에서 “공직자의 핵심 역할은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공직자의 4대 자세로 청렴과 정직, 성실, 신속을 꼽았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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