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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엔 교황이 사냐?” 의장 선출 구태 못벗어

등록 2018-07-03 16:05수정 2018-07-03 21:15

충북도의회 민주당 교황 선출 방식 의장 뽑아
합의 추대후보 등록…민주적 선출 없던 일로
참여연대 “일반투표, 후보 등록제로 개선해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회 의장 후보로 선출된 장선배 의원. 중앙선관위 누리집 내려받음
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회 의장 후보로 선출된 장선배 의원. 중앙선관위 누리집 내려받음
“의회에 교황이 산다?. 교황도 없는데 무슨 교황 선출 방식?.”

충북도의회의 의장 선출 방식을 두고 하는 우스갯소리다. 충북도의회는 ‘교황 선출 방식’으로 의장을 뽑는다. 가톨릭 교황처럼 존경하고 명망 있는 의원을 의장으로 뽑으려는 취지다.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으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이상의 표를 얻으면 의장이 된다. 2차 투표까지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최종 결선 투표로 의장을 뽑는다.

표면상으론 합리적·객관적이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후보자를 낙점한 뒤 의회에선 형식적으로 교황 선출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충북도의회 의석 32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3일 오후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했다. 애초 합의 추대를 추진했지만 재선 그룹에서 반발하면서 3선인 장선배(56·청주2) 의원과 재선인 박문희(65·청주3) 의원이 경선에 나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다수 의석을 만들어 준 도민의 뜻에 따라 전반기는 다선(3선) 의원 가운데 합의 추대하기로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밝혔다.

정견발표·투표 끝에 장 의원이 이겨 민주당의 의장 후보가 됐다. 득표는 후보 간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경선 뒤 장 의원은 “야당·집행부·도민과 소통해 함께 하는 의회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의장 선거는 끝났지만 형식은 남아 있다. 충북도의회는 5일 오전 10시 365회 1차 본회의에서 충북도의회 회의 규칙 8조(의장·부의장 선출 방식)가 규정한 교황 선출 방식으로 의장·부의장을 선출한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다른 후보나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후보할 수 있지만 이변·반란 가능성은 적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했다. 애초 지방선거전 참여연대는 각 정당에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의장 선출 방식 도입’ 정책 제안을 했고, 한국당을 뺀 모든 정당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교황 선출 방식에서 일반 투표 방식으로 변경 △후보 등록제 도입 △정견발표 등을 제안했다.

김혜란 참여연대 생활자치팀장은 “현행 교황 선출 방식은 밀실 담합으로 패거리 정치, 자리 나눠 먹기 등 폐단을 가져올 수 있다. 다수당의 ‘승자 독식’이 아니라 의회는 물론 유권자에게 공개된 상태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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