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30일 시 당사에서 열린 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 제공
이재용(64)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시당 상무위가 정한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뒤집어 당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월 민주당 몫의 대구시선거관리위원에 자신의 딸을 앉힌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민주당 시당 상무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어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1순위 마혜선(44), 2순위 정애향(59), 3순위 이진연(43), 4순위 이유경(51) 후보를 선정했다. 선정 과정은 후보들 정견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쳐 상무위원 투표를 통했다. 상무위 의장을 맡은 이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한 이날 투표에는 상무위원 31명 중 28명이 참여했다. 상무위는 이 결과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보내 최종 의결을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난 22일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팔공총림 봉축대법회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를 만나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정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 최고위는 전체 권리당원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로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다시 정하라고 시당에 통보했다. 6·1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갑자기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 결과, 1순위 이진연, 3순위 마혜선 후보로 1순위와 3순위가 완전히 뒤집혔다. 민주당 대구시의원 비례대표는 1순위를 빼고는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민주당 대구시당 혁신당원협의회’는 이후 성명을 내어 이 위원장의 사죄와 시당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협의회는 “이재용 위원장을 중심으로 측근들 몇몇에게 맞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니 이제 자신이 거부한 직선제로 하겠다고 자동응답시스템 투표를 진행했다. 이런 사태까지 오기까지 이 위원장과 협력해서 사태를 키워온 상무위원, 운영위원 등도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월 시당 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위원장은 변호사인 자신의 딸(35)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민주당 몫의 선관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변호사는 지난 2월27일 선관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3월 자신이 데려온 인사 12명을 넣어 모두 20명으로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꾸렸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의 정치성향이 자유한국당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 중앙당이 공관위를 다시 꾸리는 등 내홍을 겪었다.
민주당 시당의 한 핵심 당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평화를 위해 저렇게 노력하고 대구도 분위기가 좋아져 많은 후보들이 나와 고생하고 있는데 시당 위원장이 저러고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순위 투표를 한 상무위원 중 7명이 직책 당비를 5개월 이상 내지 않아 투표권이 없었는데 미리 검증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시선관위원에 딸이 위촉된 것은 나는 모르는 일이고 아마 당직자가 추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6월~2006년 3월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어 2006년 8월~2008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자 정당 활동을 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두 차례 출마해 낙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15일 민주당에 복당해 넉 달 만에 시당 위원장이 됐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