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9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승원 대표, 새누리당 최호 대표가 연정 2기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에 서명 후 기념촬영 중이다./경기도 제공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현직 시절 여·야 ‘연정’(연합정치)을 위해 경기도의회에 지원한 900억원의 자율편성 예산(연정예산) 가운데 130억원가량이 도의원들의 나눠먹기식 선심성 사업에 쓰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29일 <한겨레>가 입수한 감사원의 ‘2016~2017 경기문화재단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부적정 지원 명세’ 등을 보면,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은 ‘도의원 및 정당별 문화정책 기획발굴 지원사업’ 명목으로 2016년에 339개 사업에 74억원, 2017년에 236개 사업에 41억원을 자신의 지역구 민원 또는 선심성 사업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시·군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명목으로 112개 사업에 쓴 18억원까지 합치면, 모두 133억원에 달한다.
특히, 감사원은 이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인 65억원에 대해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예산을 지원하기에 앞서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체육회나 주민자치회, 지역 언론사 등 관련 사업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 단체에 예산을 선심성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선심성 예산은 여·야 도의원 31명의 명의로 사업비가 쪼개 지원됐다. 가장 많은 예산을 쓴 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ㄱ의원으로 103건의 사업에 15억6977만원을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에서는 ㄴ의원이 23건의 사업에 2억6906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ㄱ의원은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에 대해 “지역구 단체에 지원한 예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동료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의 민원사업을 부탁해 당시 해당 상임위 위원장인 내 이름을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는 연정예산을 의원들의 요구에 맞춰 집행했다고 실토했다.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의원 개인별로 전화나 메일, 문자로 자신의 민원사업을 알려왔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된 부분은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연정예산 133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감사 과정에서 해당 사업 내용을 정리해 놓은 문건이 압수되면서 밝혀진 것이다. 나머지 27개 실·국에서 집행된 760억원대의 연정예산이 선심성으로 집행됐는지는 불분명한 상태이나, 경기도 안팎에서는 이번에 드러난 부적정 예산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정예산은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2015년 7월7일 경기도의회에서 “도의회가 예산심의과정에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상임위원회에 일정 재원을 배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마련됐다. 경기도는 이후 2015년 추경예산 중 400억 원, 2016년 본예산 중 500억원을 연정예산으로 편성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지난 4월 경기도 감사에서 “도의회가 예산을 편성토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의 취지에 어긋나고, 도의원들의 관심 사업이나 지역구 선심성 사업에 예산이 공정하지 못하게 집행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기관 ‘주의’와 공무원 4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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