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소방서 119구급대가 지난 19일 충남 예산군 신양면 대전~당진 고속도로 교량 보수 작업 도중 발생한 추락사고 현장에서 계단형 통로 작업대 등을 살피고 있다. 예산소방서 제공
지난 19일 노동자 4명이 숨진 대전~당진 고속도로 다리 추락 사고는 부실시공·관리 탓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리와 계단형 통로를 고정하는 나사못(앵커 볼트)이 모두 빠져 있었고, 일부에선 설계보다 짧은 나사못이 쓰인 것이 확인됐다.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관이 없이 하청업체 직원들만 작업에 나선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나사못 모두 빠져 지난 19일 아침 8시47분께 대전~당진 고속도로 가운데 당진 쪽에서 40㎞ 지점인 충남 예산군 차동 1교 아래서 다리 보수 작업을 하던 ㄱ(52)씨 등 노동자 4명이 30여m 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주변을 지나던 한 농부의 신고로 소방 구급대가 출동해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한 사람도 살리지 못했다. 추락 현장에는 다리에 붙어 있어야 할 계단형 점검 통로(다리 점검을 위해 설치한 작업대), 용접용 발전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경찰은 ㄱ씨 등이 이날 이 통로로 다리 아래쪽에서 보수 작업을 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을 살핀 구자환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은 “다리와 점검 통로 사이를 고정하던 앵커 볼트 8개가 모두 빠져 있었다. 이 가운데 2개는 설계보다 3㎝나 짧았다. 앵커 볼트가 작업 통로와 작업자, 발전기 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빠진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다리는 2009년 5월 준공됐으며, 작업 통로는 지난해 12월 13~15일 한국도로공사의 주문을 받은 ㄷ건설이 설치했다. 구 과장은 “설계도에는 길이 12㎝ 볼트 8개를 두 조로 나눠 통로를 다리에 고정하게 돼 있다. 한 조는 제대로 돼 있었지만, 다른 한 조에선 애초 설계보다 짧은 9㎝짜리 볼트가 두 개 발견됐다. 설계와 달랐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쪽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적정 작업이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부산 쪽 교량 공사를 하는 채아무개(49)씨는 “작업대 고정 작업은 앵커를 설치할 철판을 콘크리트 안에 묻는 게 기본이다. 나중에 드릴로 뚫어서 앵커를 고정하기도 하지만 이땐 케미컬 앵커(화학 반응 앵커)를 써 단단하게 고정한다. 드릴로 뚫어서 설치한 앵커가 온전히 쏙 빠졌다면 부실시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 사고 현장엔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말고 안전관리를 책임질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관 등이 없었다. 조지현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구조물안전팀장은 “일반적으로 작업 감독·안전관리자 등이 현장에 있어야 하지만, 이날은 유지·보수 관리를 하던 하청업체 ㄷ건설이 자체 작업을 했다. 우리 쪽에 통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지난 11일 다리 상판과 상판 사이 완충 구실을 하는 고무 패드 교체 공사를 했다. 이날은 고무 패드 이탈에 대비해 철판 용접을 하는 추가 작업이어서 작업 통보 없이 자체적으로 공사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통상 현장소장이 관리감독을 하고, 아니면 작업반장이 관리·감독 업무를 병행한다. 그런데 이날은 현장소장이 나가지 않았으며, 작업반장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 의무 작업장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 국토부 현장 감식 국토교통부는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렸으며, 21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부실 여부, 안전관리 실태 등을 살필 참이다. 이들은 추락한 계단형 점검 통로에 주목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다리 유지·보수를 용이하게 하려고 지난해 12월 ㄷ건설에 맡겨 차동 1교 1~9번 교각마다 계단형 통로를 별도로 설치했으며, 이날 3번 교각 통로가 추락했다.
경찰은 19~20일 사이 통로 작업대 설치업체 ㄷ건설, 유지·관리를 맡은 또 다른 ㄷ건설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 이종민 예산경찰서 수사과장은 “부실 공사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안전관리 전반도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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