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관리공단 속리산 사무소 직원 등이 속리산 일대의 골칫덩이로 등장한 타이완 꽃사슴을 포획하고 있다.국립공원 관리공단 제공
“아가의 새 이불은 꽃사슴 이불 포근한 햇솜의 꽃사슴 이불….”
유경환 시인의 ‘꽃사슴’ 시 첫 머리다. 선하고 여린 눈망울을 지닌 꽃사슴이 속리산 국립공원에선 골칫덩이다. 150여 마리까지 늘어난 꽃사슴들이 산양, 노루 등 고유종들의 서식 환경을 침해하는 등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2010년부터 속리산 꽃사슴 퇴치에 나서 지난해 13마리, 올해 초 6마리를 포획하는 등 지금까지 93마리를 잡았다고 7일 밝혔다. 잡은 꽃사슴은 속리산 국립공원 계류장에서 탐방객 등에게 공개되거나 동물원·복지시설 등에 관람용으로 보내고 있다.
속리산 골칫덩이 꽃사슴은 타이완(대만) 꽃사슴으로 외래종이다. 1970년대 녹용 채취 등을 위해 수입돼 속리산 주변에서 사육되다가 우리를 탈출했거나, 종교 행사 때 방사된 것 등 20여 마리가 꾸준히 개체 수를 늘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유종 꽃사슴은 무분별한 수렵 등으로 개체 수가 줄었으며, 1921년 제주에서 잡힌 꽃사슴이 마지막 야생 꽃사슴으로 기록되고 있다. 강원 인제는 꽃사슴 복원에 나서기도 했다.
타이완 꽃사슴이 골칫덩이가 된 것은 산양·노루·고라니 등 고유종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타이완 꽃사슴의 특성을 분석했더니 행동권(1.53~2.26㎞), 활동 고도(400~500m), 먹이(초식) 등이 산양 등과 겹쳤다. 실제 법주사 주변, 동암골, 여적암, 만수리, 화북 일대에 무리 지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형진 속리산 사무소 속리자원보전과 직원은 “번식력이 강한 타이완 꽃사슴이 산양 등 고유종의 서식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고유종 보호를 위해 포획 등으로 격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속리산 사무소 등은 동암골 등 6곳에 포획망을 설치하고 날마다 순찰하고 있으며, 개체 수 변화를 살펴 포획망을 추가 설치할 참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2021년까지 타이완 꽃사슴을 생포해 속리산 밖으로 격리할 계획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