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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증평 모녀’ 여동생 “나라도 살려고…무서워 죽음 신고 못해”

등록 2018-04-19 17:07수정 2018-04-19 22:09

지난해 12월 초 모녀 숨진 것 보고도
언니 소유 차 팔아 국외로 도피 행각
경찰 “생활고·외로움에 죽음 택해” 결론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 오윤주 기자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 오윤주 기자
숨진 뒤 수개월 만에 발견된 ‘증평 모녀’ 사건은 남편과 어머니의 잇따른 죽음, 생활고 등을 비관한 ㄱ(41·여)씨가 딸(3)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은 국외로 도피했던 ㄱ씨의 여동생 ㄴ(36)씨가 18일 밤 인천공항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충북 괴산경찰서는 “지난해 11월27~28일께 전화를 받고 증평의 언니 아파트에 가보니 조카가 누워 있었다. 언니가 조카를 죽였다고 말했고, 곧 자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12월5일께 다시 아파트에 가보니 언니도 숨져 있었다”는 진술을 ㄱ씨 여동생한테서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ㄴ씨는 둘의 주검을 보고서도 언니의 신용카드·휴대전화·도장 등을 훔쳐 마카오로 출국했다. 이후 지난 1월1일 입국해 언니 이름의 인감증명서를 떼는 등 서류를 갖춰 2일 언니 소유 승용차를 중고 매매상에 1350만원을 받고 넘긴 뒤 다음날 인도네시아로 다시 출국했다. 차에 근저당이 설정된 것을 안 중고 매매상이 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ㄴ씨는 경찰에서 “무서워서 신고를 못 했다. 나라도 살려고 차를 팔아 출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참이다. 모녀의 시신은 지난 6일에야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발견됐다.

ㄱ씨는 당시 “남편이 숨진 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혼자 살기 힘들다. 딸 먼저 데려간다”는 유서를 남겼으며, 그의 남편도 지난해 9월 “미안하다. 생활이 어렵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일주일 뒤 그의 어머니도 숨졌다. 누구도 이들의 고통을 미리 알지 못했다.

박수혁 송인걸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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