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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모녀’ 사건, 여동생 출석 불응으로 꼬이는 수사

등록 2018-04-12 17:24수정 2018-04-12 21:23

차 팔고 다음 날 출국…경찰 체포 영장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 경찰의 폴리스 라인(접근 제한선)이 접근을 막고 있다.오윤주 기자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 경찰의 폴리스 라인(접근 제한선)이 접근을 막고 있다.오윤주 기자
남몰래 숨진 뒤 수개월 만에 발견된 ‘증평 모녀’ 사건이 미궁으로 흐르고 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쥔 숨진 ㄱ(41·여) 씨의 여동생(36)이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가 꼬이고 있다.

ㄱ 씨의 여동생은 지난 1월 2일 언니 ㄱ 씨 소유 승용차를 중고 매매상에 판 뒤 다음 날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당시 여동생은 ㄱ 씨의 인감증명서, 휴대 전화 등을 이용해 차를 넘겼다. 중고 매매상은 구매 대금 1350만원을 건넨 뒤 차에 설정된 저당권을 풀어달라고 했지만 여동생은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출국했다. 10일 뒤 매매상은 ㄱ 씨와 여동생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ㄱ씨가 숨진 배경과 시기, 차량 매매 과정 등을 규명하려고 여동생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불응하고 있다. 경찰은 12일 여동생의 체포 영장을 신청했으며, ㄱ 씨와 여동생, 주변 등의 통화 내용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다각화하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폐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도 분석했지만 최근 2개월 치만 녹화돼 있어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 씨와 딸(3)은 지난 6일 오후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부패 정도 등으로 미뤄 숨진 지 수개월 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남편이 숨진 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혼자 살기 힘들다. 딸 먼저 데려간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서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9월 ㄱ 씨의 남편도 “미안하다. 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일주일 뒤 ㄱ 씨의 어머니도 숨졌다.

증평군 등은 ㄱ씨가 가계주택자금 대출 1억원, 대부업체 3000만원 등 자산과 맞먹는 1억5000만원 정도의 채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ㄱ 씨의 아파트 우편함 등에 카드·대부업체 등의 채무 변제 독촉 고지·청구서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ㄱ씨가 채무와 생활, 남편·어머니의 잇따른 죽음에 따른 정신적 고통 등으로 고민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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