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 서울시 프리랜서 정책토론회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토론자들. 서울시 제공
“나는 프리랜서 피디입니다. 처음엔 파견직으로 방송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격주로 앓아눕는 고된 일을 하면서 월 200만원을 받았지만 소개업체에서 60~70만원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2년 뒤 ‘프리랜서’로 독립했습니다.” 11일 열린 서울시 프리랜서 정책토론회에서 소개된 ㄱ피디의 사연이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ㄱ피디는 어떻게 됐을까? 다른 프리랜서의 실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서울시가 디자이너, 광고·마케팅, 아이티, 출판·방송 분야에서 일하는 1000명의 프리랜서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1달 평균 152만9천원을 벌고, 38%가 “낮은 단가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55.8%가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고, 23.9%는 보수 지연지급 및 체불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평균 체불 금액은 259만6천원으로 조사됐다. 2018년도 서울시 생활임금(176만 원)이나 월 평균 최저임금(157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고, 그 중 23.9%가 한달 보수보다 더 많은 돈을 떼이면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임금 상황이 이토록 열악한 것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최저임금과 체불임금 구제 대상에서 열외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아이티산업노동조합 조영주 위원장은 “발주사-제작사-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먹이사슬처럼 맞물려 있는 아이티산업에선 프리랜서 노동자는 ‘을’도 아니고 ‘병’이나 ‘정’쯤 된다. 출근하지 않는 프리랜서들은 제작물이 나오고 나서야 돈을 받는데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마지막 달 보수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해주지 않으니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느니 다음 일자리를 빨리 구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에 대부분 참고 넘긴다”고 했다.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프리랜서 임금 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회사가 주는대로 받는다. 이는 특히 그 업계에 진입하거나 교육 과정에 있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업종과 노동 정보를 구축해 최저임금을 산정하듯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소득이 낮은 프리랜서는 사회보험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바로 노후 불안에 직면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처럼 프리랜서에게도 지방정부에서 사회보험료를 일정하게 부담해주고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표준화된 노동방식이 늘면서 프리랜서 노동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뉴욕시는 서면계약, 임금 적시 지급 등을 보장한 ‘프리랜서 보호법’을 제정했다. 통계청 ‘2017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하면 전국엔 42만8641명, 서울엔 7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모호한 노동계약 등을 모두 합치면 실제론 그보다 2~3배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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