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확정한 새로운 광화문 광장 안.
애초 차로를 없애고 전면 보행자 광장으로 만들려고 했던 서울 광화문 광장이 광화문 앞 ‘역사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앞 ‘시민광장’ 등 2개로 바뀐다.
10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경복궁 안 고궁박물관에서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와 문화재청의 광화문 앞 역사 복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올해 공론화와 설계 공모를 하고, 2019년 기본·실시 설계를 마친 뒤 2020년 착공해 2021년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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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시민’의 2개 광장 먼저 문화재청은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율곡로를 새문안로5길을 확장해 우회시킨 뒤 너비 450m, 길이 100m, 넓이 4만4700㎡의 역사광장을 조성한다. 역사광장에는 광화문 앞 월대(궁궐 대문 앞의 넓은 단)와 해태상, 동서 십자각과 담장을 복원하기로 했다. 일제의 경복궁 훼손과 도로 개설에 따라 월대와 서십자각은 사라졌고, 해태는 옮겨졌으며, 동십자각은 담장과 떨어졌다. 역사광장에선 수문장 교대식을 비롯한 전통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앞의 차도를 없애고 현재의 광화문광장과 연결해 너비 60m, 길이 410m, 넓이 2만4600㎡의 시민광장을 조성한다. 시민광장은 2016~2017년 촛불시민혁명을 기념하는 것으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이 방안은 2005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과 승효상 건축가가 추진했던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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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안보다는 현실적인 방안 이번 2개의 광화문 광장 계획은 애초 나온 ‘전면 보행자 광장’ 안보다는 광장의 규모와 통일성이 줄어들었지만, 현실적인 안으로 평가된다. 애초 전면 광장 안은 광장 자체로는 좋지만, 교통 처리가 어렵고, 대규모 지하 공사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 안은 현재 10차로인 이 구간의 세종대로와 사직·율곡로를 6차로로 줄여 운영한다.
애초 안을 만든 광화문포럼의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차량을 모두 지하로 돌리는 것보다는 지상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차량이 어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역시 광화문포럼의 함인선 건축가는 “애초 안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과 5천억원으로 추산되는 건설 비용이 문제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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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의 위치는 의견 갈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 앞 시민광장의 위치와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광화문포럼에 참여했던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조선의 왕이 광화문을 나와 종로로 행차했던 동선이나 종로 쪽의 활력을 고려할 때 광장을 동쪽으로 붙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건축가인 이경훈 국민대 교수는 “세종로의 균형감이나 동서 양쪽 지역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가운데 차도를 두고 양쪽으로 광장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평가했다. 세종로 동쪽에는 의정부 터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고, 주한 미국대사관도 반환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개선 가능성이 크다.
또 사직·율곡로의 우회로인 새문안로5길의 일부는 청계천의 상류인 삼청동천의 복개도로이기 때문에 중장기 사업인 청계천 상류 복원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규원 남은주 기자
che@hani.co.kr, 조감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