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우(오른쪽) 씨가 3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의 한 행사장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춤추는 북카페 제공
“좋아하는 커피 내리고, 꾸준히 일하고, 또 남까지 도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기업 ㈜춤추는 북카페 직원 고태우(26) 씨한테선 갓 볶은 커피 향이 난다. 하루 여섯 시간 정도 커피를 내리고, 나르니 몸에서 향이 떠나질 않는다. 그는 3일 온종일 경기 고양 킨텍스의 한 행사장에서 커피를 내렸다. 손으로 커피 머신을 작동하고, 눈으로 색을 살피고, 코로 향을 느끼고, 귀로 떨어지는 커피를 느끼면서도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힘들긴요. 재미있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인 데요.”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의 한 행사장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김윤모(맨 오른쪽) 춤추는 북카페 대표와 직원. 춤추는 북카페 제공
그는 2012년 청주 사창동의 4평(13.2㎡) 남짓 작은 공간에서 춤추는 북카페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했다. 자폐성 장애를 지닌 그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바리스타 교육·훈련 등을 받고 사회적기업 춤추는 북카페에 입사했다. 춤추는 북카페는 지금 청주 오창, 오송 등 카페 4곳과 커피 학원까지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고씨 등 장애인과 결혼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 20명이 일하고 있다. 넉넉진 않지만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주고, 꾸준히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왜 커피이고, 왜 ‘춤추는~’일까? 김윤모(57) 춤추는 북카페 대표는 “커피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 장애와 상관없이 커피 한 잔이면 누구와도 만나고 얘기할 수 있다”며 “춤추는 북카페 이름엔 장애인도 일을 해야 춤출 수 있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춤추는 북카페의 커피 판매 홍보물. 장애인 자활 사회적기업 춤추는 북카페는 수익금 3%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참이다. 춤추는 북카페 제공
춤추는 북카페는 더 큰 꿈을 현실화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오는 5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익연계마케팅 협약을 한다. 커피 판매 수익금 3%를 공동모금회에 정기 기부하는 게 협약의 뼈대다. 이희정 공동모금회 모금사업팀 대리는 “춤추는 북카페 장애인들의 기부 약속은 금액을 떠나 어려운 이들과 나누려는 마음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했다.
꿈을 위해 춤추는 북카페는 오는 20일 청주 가덕에 1650㎡(500평) 규모의 커피 공장 문을 열 참이다. 이곳에선 연간 700t 규모의 커피 원두를 생산할 수 있다. 커피 공장은 카페는 물론 소비자가 문자 메시지 등으로 주문하면 전국에 커피 원두를 공급하고, 이익은 조금씩 나눌 참이다.
김윤모 춤추는 북카페 대표는 “커피 향은 장애도, 사각지대도 없다. 사랑과 행복이 번지듯 모두의 가슴에 내려앉을 수 있다. 커피로 동료의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는 장애우들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