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문장대 온천 개발을 둘러싼 충북, 서울 등 한강 수계 지역과 경북 상주 쪽의 갈등이 재연됐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충북지역 환경단체, 한강유역네트워크, 한국환경회의 등이 참여하고 있는 문장대 온천 개발 저지대책위원회는 23일 괴산군 청천면 환경문화전시관에서 괴산지역 주민, 환경단체 회원 등 1000여명의 참석 속에 문장대 온천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궐기대회 뒤 ‘문장대 온천 개발 중단하라’는 대형 펼침막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은 지난 2003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대법원이 ‘한강 유역 수질오염으로 지역 주민의 환경 이익을 침해한다’며 개발 허가 취소 판결을 한 죽은 사업이다. 경북 상주지역 지주조합이 다시 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제출하고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은 무모한 발악이다.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환경부는 문장대 온천 개발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하고, 온천 개발 갈등 해결을 위해 온천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충북뿐 아니라 서울, 경기 등 한강유역 공동체도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한강 최상류 지점인 경북 상주 쪽에서 온천을 개발하면 온천 폐수 등이 인접 하류인 충북 괴산 달천·신월천을 오염시키는 것뿐 아니라 한강유역까지 훼손해 수도권 식수원을 위협한다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경북 상주지역 문장대 온천 관광 휴양지 개발 지주조합이 추진하는 문장대 온천 사업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중벌리 일대 95만6000㎡를 단계적(1단계 온천·스파랜드, 2단계 호텔·콘도·실내골프 등)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곳은 속리산을 중심으로 충북 괴산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경북 상주 화북지역에서 속리산 봉우리인 문장대(1050m)에 오를 수 있어 ‘문장대 온천’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사업은 1985년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대 530만㎡가 온천원 보호지구로 지정되고, 1989년 상주 지주조합이 낸 사업 계획을 상주시가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상주 지주조합은 2015년에도 온천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이 ‘반려’했다.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은 ‘괴산군에 공람 장소 미설치’, ‘수질·수생생태계 영향 예측과 데이터의 객관성 부족’ 등을 반려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상주 지주조합은 지난 2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서류를 대구지방환경청에 다시 접수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 개발에 앞서 사업이 가져올 잠재적 환경 영향 등을 밝힌 서류로 사실상 사업의 출발점이다. 상주 지주조합이 사업을 재개하자 충북뿐 아니라 서울·경기 등 한강유역 주민, 환경단체 등도 개발 반대 뜻을 밝히고 저지에 나섰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