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공공기관노조총연맹이 21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성폭력 실태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경기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54%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도공공기관노조총연맹’(경공노총·의장 이기영)은 21일 경기알엔디비(R&DB)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 공공기관 7곳 직원 700여명 중 30%가 성희롱과 성추행을 경험했고, 이 중 여성 직원의 절반이 넘는 54%가 성희롱과 추행을 당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례별로는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건배사 등의 성희롱 외에도 업무상 전화로 상사가 “애인과 뜨거운 밤을 보냈냐”고 묻는 등 음담패설은 일상적이었다. 또 노래방에서 여직원을 껴안거나 귓불을 쓰다듬는가 하면 블루스를 강요하는 등 강제적인 신체접촉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특히 해외 출장 중에 어린 여자 직원이 있는 방에 상급자가 와서 직접 성관계를 요구하고 상급기관인 경기도 직원들과 회식에서 성관계를 은연중 요구받기도 했다. 산하기관 한 간부는 “내 성기가 단단하다. 내 방에서 같이 술을 먹자”고 하는가 하면 일부 여직원은 내부 회식 뒤 모텔 앞까지 끌려갔다 간신히 도망치기도 했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20대와 30대로 나이가 낮을 수록 많았고, 가해자는 부서장뿐 아니라 상위직급자, 경기도 등 상급기관 관리자, 업무 관계자, 경기도의원 등 각계각층이 포함됐다. 경공노총은 경기도에 산하기관 노동자를 위한 인권조례제정과 성폭력 및 갑질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12일부터 5일 동안 벌인 이번 조사에는 경공노총에 가입된 경기도 공공기관인 한국도자재단·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도문화의전당·경기문화재단·경기연구원·경기도콘텐츠진흥원이 참여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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