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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들은 복직 면접장에 왜 나가지 않았나

등록 2018-03-15 16:13수정 2018-03-15 21:01

노조원들 “언제까지 남은 해고 노조원 매장하라고…”
쌍용차 “노·노·사 합의 따른 것…면접 거부 책임져야”
15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사 앞에서 복직을 위한 면접을 거부한 한 해고노동자가 복직을 위한 면접 통보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15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사 앞에서 복직을 위한 면접을 거부한 한 해고노동자가 복직을 위한 면접 통보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내가 이제 맘 편히 통닭을 먹을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15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 평택시 동삭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들러리 복직 사양합니다. 함께 살겠습니다”는 펼침막을 들었다. 이틀 전 회사에서 복직을 위한 면접 통보를 받은 이들은 면접장이 아닌 쌍용차 공장 정문으로 왔다.

쌍용차 해고 노조원 김범철(44)씨는 “면접 보러 오라는 회사 전화를 받고 정말 많은 생각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회사 통보를 받았을 때 아내가 정말 기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해고 노조원 김선동(51)씨는 “어제 우울증이 심한 아내가 모처럼 환한 웃음을 보이면서 (내가)면접 본다고 양복을 챙기고 늙은 어머니가 달갑게 맞이하더라”고 했다.

김씨 등이 복직을 위한 면접 통보서를 받은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해고 9년여 만이다. 쌍용차는 다음달 2일부터 주간 연속 2교대를 하면서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필요 인원 26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이 중 8명을 해고 노조원에서 충원하기로 하고 2배수인 16명에게 면접을 보도록 개별 통보했다.

통보를 받은 이들은 착잡했다. 이날 공장 정문에 선 이들은 “비 내리는 아침부터 전화기에 불이 났다. 면접 잘 보고 오라는 전화였다. ‘면접 보지 않겠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고 서글픈 심경을 털어놨다. “속사정을 다 꺼내 놓기에는 늙은 어머니가 받을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세탁소에 맡겨 잘 다린 양복과 따뜻한 이 봄날과 어울리는 짙은 초록색 넥타이를 꺼내 놓고, 시장통 국밥집에서 설거지 알바하러 서둘러 집을 나선 아내의 텅 빈 자리를 보면서 면접 장소가 아닌 이곳 정문 앞으로 걸어왔다”고 했다.

해고자 김선동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어느 날 면접 보라고요. 복직을 원하는 전체 해고노동자 130명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시기는 풀지 않은 채 당신들 마음대로 달랑 16명 면접 보라고요. 그리는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되지요. 16명이 남은 해고노조원 114명을 매장질하고 또 16명 중 8명만 살아남고 8명의 살아남은 사람에게 남은 동지들을 매장하라고요. 그리는 못합니다.”

쌍용차는 이날 면접 거부자들에 대해 “채용 대상자의 면접 거부에 따른 개개인의 불이익은 노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해고 9년째. 이들이 아직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쌍용차 옥쇄파업 등 노동자 대투쟁을 겪은 쌍용차 노·노·사는 2015년 12월30일 해고자 복직 원칙에 합의했다. 생산물량이 늘어 인력이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해고자를 복직한다는 것이다. 인력 채용 때는 30%는 해고자로, 30%는 희망퇴직자로, 나머지 40%는 신규인력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고자 복직은 더뎠다. 언째 끝날 지 모르는 ‘희망 고문’이었다.

15일 쌍용차 복직 면접을 통보받은 16명의 해고 노조원 등이 들러리 복직을 사양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5일 쌍용차 복직 면접을 통보받은 16명의 해고 노조원 등이 들러리 복직을 사양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노·사 합의 이후 3년째인 올해까지 복직된 해고자는 37명이다. 2016년 2월 비정규직 6명을 포함해 18명, 2017년 4월 19명이다. 복직을 원하는 해고자 167명 중 22%에 그쳤다. 나머지 130명은 언제 복직될 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이 지난해 12월부터 53일간 인도 원정에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당시 마힌드라 그룹은 김 지부장에게“쌍용자동차에 큰 손해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영진이 나서서 해고자 문제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고 쌍용차는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아난드 회장이 지난 2월2일 김득중 지부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는 점에 한 치의 의심 없다는 점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쌍용차 노사는 최근까지 6차례 해고자 복직문제를 논의해왔다. 최근 노·노·사 복직점검위원회에서 쌍용차 금속노조는 해고자 복직 시점을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 쪽이 난색을 보이면서 협의는 중단됐다. 이후 김득중 지부장 단식 등 양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아난드 회장이 직접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업무 지시를 내렸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쌍용차 국내 경영진이 회장 업무 지시를 거부하고 제 입맛에 따라 노사 교섭을 농간하는 행태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쌍용차 쪽은 “노·노·사 합의 당시에 앞으로 시위나 집회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최근 들어 쌍용차 불매 운동을 펴는 등 기존 합의를 노조가 어겼다. 복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2015년 노·노·사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이번 신규 인력 채용도 당시 합의에 따른 것인 만큼 노조가 채용 면접에 응하라”고 밝혔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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