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는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시간여행마을에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테마거리를 조성했고, 거리 양쪽 건물에는 고은의 시문구와 그림 등으로 새긴 아트월이 있다. 군산시 제공
전북 군산시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고은 시인과 관련한 사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군산시는 군산 출신 고은 시인의 명망을 활용한 생가 복원, 문학제 개최, 문학관 건립 등 모든 기념사업을 보류했고, 앞으로 추가사업 발굴 계획도 없다고 7일 밝혔다. 고은 시인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각 지자체가 흔적 지우기에 나선 상태에서 군산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1933년 군산시 미룡동에서 태어났다. 군산시는 시인의 생가 복원을 위해 주변 터 매입에 나섰다. 시인의 모친 생가를 2015년 2억원에 사들였다. 이곳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시인 생가는 다른 사람이 새로 집을 지어 살고 있는데, 가격 등의 이유로 매입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인 생가에는 고인 시인이 쓴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꽃’이 적혀 있다.
고은문학제는 민간단체가 2015년 1억원, 2016년 6천만원을 시로부터 지원받아 진행했지만 2017년에는 사정으로 중단한 상태다. 예산집행에 어려움을 겪던 고은문학관 건립은 이번 사태로 아예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군산시는 고은 시인의 유명세를 활용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은파호수공원 광장과 내흥동 진포시비공원에는 고은 시인의 시 <삶>과 <노래섬>을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시간여행마을에도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테마거리를 조성했고, 거리 양쪽 건물에는 고은의 시문구와 그림 등으로 새긴 아트월이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 근처 한 건물 벽에도 고은의 시 <그꽃>이 새겨져 있다.
군산시는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시간여행마을에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테마거리를 조성했고, 거리 양쪽 건물에는 고은의 시문구와 그림 등으로 새긴 아트월이 있다. 군산시 제공
군산시는 “일부 시민들로부터 고은 시인의 시비 등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전화가 오는데, 아직 혐의를 공식 인정하지 않은 형편에서 처지가 곤란하다. 시비 등을 제거하려면 철거예산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여러 부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아직 공식지침을 결정하지 않아 추세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란 시를 통해 고은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 수원시와 고은재단은 지난달 고은문학관 건립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수원시는 2013년 8월 안성시에서 20여년을 거주한 고은 시인이 수원시로 이주해오면서 장안구 상광교동에 문학공간을 마련해 제공했고, 또 장안동 일대 3305㎡ 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고은재단이 민간투자를 받아 고은문학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고은 시인은 외신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으며, 작품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