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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과시·홍보·실탄 마련?…선거 앞두고 출판기념회 봇물

등록 2018-02-21 16:56수정 2018-02-21 21:39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너도나도 출판기념회
‘2월말 3월초’ 대목…선거 90일 전에 마쳐야
시민단체 “책 자신 있으면 선거 때 피해야”
지난 3일 청주방송(CJB) 컨벤션홀에서 열린 심의보 충북교육감 후보의 출판기념회. 심 후보 블로그 내려받음
지난 3일 청주방송(CJB) 컨벤션홀에서 열린 심의보 충북교육감 후보의 출판기념회. 심 후보 블로그 내려받음
정치의 계절을 알리는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다. 책보다 후보 홍보, 세 과시 쪽에 무게 중심을 둔 출판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정가에선 ‘2말 3초’가 대목이란 얘기도 나온다. 2월 말과 3월 초에 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쏠리기 때문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 쪽은 다음달 11일 오후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내일이 기다려지는 교육>(가칭)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김 교육감 쪽은 최근까지 고민하다 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교육감 쪽 한 정책보좌진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는 출판기념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 때문에 개최를 고민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김 교육감의 교육 정책, 소통 등을 시민과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에 나선 심의보 충청대 교수는 지난 3일 <교육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20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또 다른 교육감 선거 후보 황신모 전 청주대 교수는 다음달 6일 <충북의 미래, 교육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 참이다.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출마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이시종 충북지사는 출판기념회 계획이 없다. 자유한국당 박경국·신용한 후보 쪽은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

청주시장 후보들은 봇물 터지듯 출판기념회를 연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 뜻을 밝힌 한범덕 후보는 지난 2일 <새로운 백 년의 아침―미래를 여는 과학편지> 출판기념회를 했다. 같은 당 정정순 후보는 다음달 3일 <모든 꽃은 흙에서 핀다>, 이광희 후보는 9일 <더 좋은 청주 설계도>를 들고 시민을 찾을 참이다. 한국당 천혜숙 후보는 오는 27일 <섬마을에서 맨하탄까지>, 황영호 후보는 오는 28일 <미래를 바라보는 50개의 시선>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판기념회가 열리자 기관·단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기관 관계자는 “얼굴을 내밀면 상대 후보가 걸리고, 외면하면 후보 볼 낯이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3월15일~6월13일)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후보들은 늦어도 다음달 14일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어야 한다. 후보들도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책을 사실상 선거 홍보물화하거나 음식물 제공, 무료·싼값 제공, 선거구민 참석 유도 등을 금지하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들은 왜 선거 코앞에 출판기념회를 강행할까? 이광희 후보는 “현직 후보들은 솔직히 흥행몰이가 되니까 세 과시도 되고, 작지 않은 실탄(선거자금)도 모이지만 정치 신인들은 자신을 알리려고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얼굴·인연·관계로 시민을 유인하는 선거 전 출판기념회는 지양해야 한다. 책이 자신있으면 선거 때를 피해야 독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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