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졸업식에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졸업앨범을 선물받은 괴산 송면중 학생들. 송면중 제공
“우와 나도 모르는 모습이 여기 있네. 내가 이랬구나. 세상에 이런 선물이 또 있을까요?”
충북 괴산 송면중학교(교장 김상열) 졸업생 11명은 9일 졸업식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졸업앨범이다. 여느 학교는 졸업생 모두 같은 앨범을 받지만 송면중은 졸업생마다 ‘한 사람만을 위한 앨범’을 선물로 건넸다.
앨범 선물은 2014년부터 이어진 이 학교 전통이다. 앨범은 사진 마니아 이상기(55) 교사와 사진동아리 ‘세상 바라보기’가 기획했다. 이 교사와 세상 바라보기는 그동안 찍은 사진 12만여장을 추려 앨범을 만들었다. 이 교사는 “작지만 소중한 우리만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보려 했다. 3년 동안 쌓았던 추억을 고스란히 가져가니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열린 충북 괴산 송면중 졸업식은 학생과 학부모 등 가족이 어우러진 동네 축제였다. 송면중 제공
송면중은 전교생 30여명에 졸업생 11명의 작디작은 시골학교다. 졸업식도 동네잔치처럼 이어진다. 졸업생이 적어 앨범을 제작해봐야 대여섯장 정도면 충분할 듯하지만 106쪽에 이른다. 저마다 한껏 뽐을 낸 포즈가 연예인 화보 뺨칠 정도다.
괴산 송면중이 졸업생 11명마다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졸업앨범. 송면중 제공
괴산 송면중이 만들어 졸업생 11명에게 건넨 졸업앨범. 송면중 제공
앨범 하이라이트는 1~40쪽이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성장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현장학습, 창의·체육 활동, 수학여행 등 교실 안팎의 모습도 담겨 있다. 40쪽엔 모두 ‘30년 뒤 나에게 쓴 편지’를 실었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기초 다져놓을 테니 원하는 대학 가고 효도해라’(최태현), ‘난 지금 게임만 하지만 넌 나처럼 되지 말아줘’(김수섭)….
괴산 송면중의 졸업앨범 한 페이지. 세상에 하나뿐인 졸업앨범에는 졸업생은 물론 가족의 모습도 담았다. 송면중 제공
나머지 66쪽엔 친구, 선·후배, 교사 등과 함께한 학창시절이 오롯이 녹아 있다. 앨범을 받은 이가람(15)양은 “눈물이 날 뻔했다. 1·2학년 때 모습이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너무나 고맙고 귀한 졸업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앨범엔 가족 모습도 담았다. 학부모 왕희웅(48)씨는 “대개 앨범은 딱딱한 증명사진 한장에 깨알 같은 단체 사진 한장이 전부인데 이런 앨범이라면 두고두고 봐도 재밌을 것 같다. 아이 앨범에 내가 나오니 마치 학교를 함께 다닌 듯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괴산 송면중 전교생이 만든 시화집 ‘시와 사진’. 송면중 제공
학교는 모든 졸업생에게 상과 장학금을 건넸다. ‘시와 사진’이란 시화집도 선물했다. 졸업생 차용준(15)군 등 전교생이 시를 쓰고, 그에 걸맞은 사진을 곁들인 60쪽 시화집은 졸업생과 전교생 모두에게 건넸다. 시화집에는 ‘엄마’, ‘시험’, ‘수업’, ‘다이어트’ 등 학교 안팎의 다양한 모습이 시로 녹아 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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