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보건복지센터 앞 도로에 설치된 제천 화재 참사 추모 펼침막. 시는 7일 밤부터 펼침막을 모두 철거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제천 화재 참사를 추모하는 펼침막이 모두 철거된다. 화재 참사 48일 만이다.
제천시는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제천 시내 곳곳에 걸린 수백장의 화재 참사 추모 펼침막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이제봉 제천시 시정팀장은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현수막 철거를 제안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사는 시민에게 새 아침을 선물 하려고 밤샘 작업을 하기로 했다. 현수막은 걷지만 추모 마음은 그대로 간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천시 등은 유가족 자녀 장학금 지급 등 화재 참사 치유와 지역 사회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시는 충북인재양성재단, (사)김제동과 어깨동무, (주)일진글로벌 등의 후원을 받아 화재 참사 유가족의 초·중·고·대학생 자녀 10여명에게 장학금을 건넬 참이다. 충북도는 제천 전통시장 장보기, 제천 특별 방문, 각종 행사 제천 개최, 전통시장 인프라 확충 등 제천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29명이 숨진 제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건물. 오윤주 기자
제천지역 상인, 주민자치위원회, 시민 등이 꾸린 제천시민협의회는 이날 화재 참사 건물인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공적자금 매입, 제천 상권 활성화, 유가족 지원 등을 담은 사고 수습 대책을 정부, 제천시 등에 제안했다. 이들은 시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건물을 사들인 뒤 철거하고, 유족 의견을 반영해 공공시설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박승동 시민협의회 공동 대표는 “화재 건물이 지금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건물주와 협의해 소유권을 유족에게 이전하고, 공공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건덕 제천 화재 사건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시민협의회만의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류 대표는 “유가족 대책위와 협의가 이뤄진 게 아니다. 시민협의회의 개인적인 판단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봉 제천시 시정팀장도 “검토한 바 없다. 철거비만 20여억원 이상 드는 등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협의회는 △유가족 지원(정부 위로금, 치료비 지원) △분향소 축소·이전 △소방 공무원 증원 △화재 근절을 위한 입법 등도 제안했다.
한편, 제천 화재 참사 관련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이상민(54)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54)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박승동 시민협의회 공동 대표는 “이 전 서장 등은 당시 진화 등에 최선을 다했다. 현장 지휘자를 피의자로 조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도 이날 건물 관리부장 김아무개(66)씨와 세신사 안아무개(51·여)씨 등 2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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