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형 대안학교인 은여울중학교가 6일 첫 졸업식을 열고 졸업생 13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일반고에 진학한다. 은여울중 제공
“지난 1년은 행복하고 꿈같았던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6일 오전10시30분 충북 진천 은여울중학교 졸업식에서 3학년 졸업생 권아무개(16)양은 지난 1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양은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을 들었다. 전쟁터 같은 학교 상황, 상처 주는 말을 하는 학생 등 많은 문제 속에도 선생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고민과 사랑으로 우리가 성장했다. 이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창호 교장은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3’을 낭송했다.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에게 건넨 당부요, 선물이었다.
은여울중은 이날 처음으로 졸업생 13명을 배출했다. 지난해 3월 충북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로 개교한 지 1년 만이다. 우울 등 심리 장애, 학교 폭력, 왕따 등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었지만 이제 졸업과 함께 모두 일반고로 진학한다.
은여울중은 새로운 형태의 대안 교육으로 학생들을 감싸 안았다. 오전에 국어·영어·사회·역사 등 정규교과를 소화한 뒤 융합 수업을 진행했다. 체육에 과학, 미술에 수학을 더하면서 학습 흥미를 일깨웠다. 뜨개질·종이공예·하이킹·생존 수업 등을 진행했고, 방송·식당 봉사·수업준비 등 역할을 맡아 봉사를 몸에 배게 했다. 새로미→배우미→바르미→도우미→세우미→이끄미 등 학교생활·적응도 등에 따라 성장 공동체 6단계를 정하기도 했다. 김기형 은여울중 교사는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성장 단계에 따라 휴대폰 사용 빈도를 스스로 정하는 등 1년 사이 배려·자존감·사랑을 체득해 가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고 말했다.
은여울중 교직원들이 6일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졸업 축하 노래를 하고 있다. 은여울중 제공
이날 졸업식에서 한 학부모는 “아이가 중학교 졸업 못 할 줄 알았다. 교사 등 모든 이들이 고맙다. 1학년 때부터 다니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졸업식장 곳곳에서 어깨가 들썩였고, 작은 흐느낌이 이어졌다. 식장의 학생·학부모 100여명 모두 이 말에 공감했다.
졸업장을 받을 땐 지난 1년 동안 공부·체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고, 후배들은 난타 공연을 선물했다. 교직원들은 틈틈이 익힌 노래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교직원들은 포옹으로 학생들을 보냈다. “수고하셨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잊지 않을게요”가 곳곳에서 피어났다.
김기형 교사는 “한 학생은 입학 초기 ‘죽고 싶다’를 입에 달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말을 한다. 은여울이 가져온 변화”라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공립형 대안 고등학교도 준비하고 있다. 한석일 장학사는 “은여울중 1년으로 대안학교 성과를 말하긴 어렵지만 올해가, 내년이 더 기대될 정도로 안착했다. 3월께 대안 고교 설립 대책팀(TF)을 꾸리고, 연구 용역을 진행한 뒤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대안 고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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