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중앙도서관 도서 낭독 봉사 모임 ‘희망소리’가 시각 장애인 등에게 책을 읽어 주기에 앞서 발성·호흡 등을 연습하고 있다. 충북중앙도서관 제공
소리로 마음을 열어 주는 이들이 있다. 충북중앙도서관 낭독 봉사 모임 ‘희망소리’다.
이들은 도서관을 찾은 시각 장애인 등에게 책을 읽어 준다. 2009년 중앙도서관에 점자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시작했으니 10년을 바라본다. 전직 교사인 맏언니 박영숙(62)씨부터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막내 오영임(43)씨까지 10명이 회원이다.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하다. 박종미(58·교육 공무원)씨는 시낭송·동화구연 경력 30여년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이들은 해마다 2~3차례씩 방송국 전문 성우한테서 발성·호흡 등을 익히고, 장애인을 초청해 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한다. 박영숙씨는 “단순히 책을 읽어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전해야 공감한다. 그래서 우리도 공부하고, 노력한다. 덕분에 책을 많이 읽어 우리도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각 장애인들이 독서를 신청하면 도서관에 나가 얼굴을 맞대고 책을 읽어 준다. 직장인 회원들은 주로 토·일요일 짬을 내 장애인들을 만난다. 시·소설·수필 등 문학은 물론 요리 등 전문서적도 읽는다. 요즘은 재테크 관련 책이 인기란다. 노인 장애인 등에게 깨알 같은 가전제품 설명서를 읽어 주고, 책 대신 마을 나누다 오기도 한다.
‘희망소리’ 회원 장언옥(왼쪽)씨가 청주맹학교 이상호 교사에게 척추 교정학 등 책을 읽어 주고 있다. 이 교사는 낭독 서비스 도움으로 안마 기술 관련 교과서를 집필했다. 충북중앙도서관 제공
청주맹학교 이호상(50) 교사는 희망소리 대면 낭독 도움으로 2016년 직업 전문 교과서를 집필했다. 이 교사는 “희망소리가 없었으면 책을 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 더 많은 희망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소리’는 장애인을 위한 소리책을 만들고 있다. 도서관에 있는 녹음실에 들러 틈틈이 책을 읽고, 시디에 담아 책을 만든다. 지금 도서관엔 소리책 1932권이 있다. 여느 책처럼 대출해 가정에서 책을 들을 수 있다. 희망소리는 최근 2회 충북 봉사대상에서 받은 상금 100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해 또 다른 희망을 지었다.
김은정 중앙도서관 주무관은 “희망소리는 입으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뽑듯 낭독 서비스를 누리고, 소리책을 접하면서 장애인들의 도서관 문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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