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한 어머니의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김성관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한 지 80일 만에 국내로 송환, 구속된 김성관(35)씨가 어머니의 재산을 노린 계획범행임이라고 실토했다. 경찰은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얼굴·실명 등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계획범행임을 자백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그동안 말다툼 중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씨는 이날 조사에서 “재가한 어머니의 가족과 관계가 좋지 않았고, 경제적 문제로 갈등도 빚어왔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어머니의 재산을 빼앗아 뉴질랜드로 가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씨는 아내 정아무개(33·여)씨의 공모 혐의는 거듭 부인했다. 김씨는 “아내는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재산 문제로 우리 딸들을 해치려 한다는 내 말을 믿고, 딸들을 지키려 한 것이다. 돈 때문에 벌인 일인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공모 혐의로 구속된 정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도피 중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공모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1일 모친(당시 55살)과 의붓동생(당시 14살), 의붓아버지(당시 57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범행 당일 모친의 계좌에서 1억2000여만원을 빼낸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범행 이틀 뒤 아내 정씨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도피했지만, 2년여 전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사건 피의자로 현지 당국에 붙잡혔다. 도피 80일 만인 지난 11일 강제송환된 뒤 13일 구속됐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신상공개결정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얼굴과 실명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친모와 어린 동생 등을 흉기로 살해하는 등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중대하다. 김씨의 범죄로 사회적 파문이 예상되는 등 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용인/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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