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과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주민 등이 지난 1일 가곡초 앞에서 가곡초 보발분교 폐지에 반대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산 위의 마을 제공
소백산 자락 고즈넉한 산골 마을 주민들의 폐교 보존 노력이 눈물겹다.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주민들은 요즘 가곡초 보발분교 폐교를 막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눈으로 뒤덮인 산골 마을의 겨울은 한가롭기 그지없지만 지금은 농번기보다 더 바쁘다.
주민들은 지난달 마을에 함께 있는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대표 박기호 신부) 등과 보발분교 보존 대책위원회를 꾸려 충북교육청 등에 폐교 반대 뜻을 전했다. 지난 5일 본교인 가곡초 졸업식에선 박 신부와 주민, 학생 등이 ‘보발분교를 살려주세요’ 등의 손팻말·펼침막 시위를 했으며, 주민 등은 차량에 ‘보발분교를 살려주세요’ 글귀를 붙이고 학교 보존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는 폐교 반대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9일까지 3700여명이 폐교 반대 뜻에 동참해 서명했다. 보발1리 88가구, 보발2리 90가구에 주민 300~400여명이 살고 있으니, 마을 주민 10배 정도의 외지인이 폐교 반대 뜻에 동참한 것이다.
폐교 반대 서명은 박 신부가 이끌었다. 박 신부는 산 위의 마을 누리집 등에 ‘단양 보발분교를 살려주세요’란 글을 올려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박 신부는 글에서 “아이들이 걸어 다녔던 학교를 12㎞ 떨어진 본교까지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산촌 지역의 유일한 문화공간이며 농촌 살리기의 핵심 공간인 학교가 사라져 큰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북교육청의 보발분교 폐교 시계는 쉬지 않고 가고 있다. 지난해 학부모 찬반 투표로 통폐합을 결정한 뒤, 통폐합 행정예고에 이어 지금은 충북도의회에 통폐합 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단양교육청은 지난해 9명이던 학생 수가 올해 5명으로 줄 것이 예상되자 학습권 확보, 수업여건 개선 등을 명목으로 통폐합을 추진했다. 대책위는 학습권 확보보다 폐교 인센티브 20억원 때문에 무리하게 폐교가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과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주민 등이 가곡초 보발분교 폐지에 반대하는 펼침막·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산 위의 마을 제공
교육청의 통폐합 추진에 마을은 대안까지 제시했다.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은 도시 아이들을 마을로 유인하는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할 참이다. 이미 지난달 말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서 산 위의 마을 산촌유학센터 사업이 선정돼 운영비 1500만원을 확보했다. 공원표 산 위의 마을 신부는 “학교만 유지되면 산촌유학 등을 통해 일정 학생 수를 유지할 수 있고, 산촌 특색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은 ‘땅 한평 사기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땅을 마련한 뒤 10~20가구가 머물 수 있는 집을 지어 귀농·귀촌 희망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보발1리 박남진 이장은 “학교가 사라지면 귀농·귀촌 등으로 마을에 오려는 이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다. 학교를 구심점으로 이뤄졌던 출향인과의 교류도 중단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은 학교를 없애면 조만간 농·산촌의 모든 학교가 사라질 것이다. 마을과 주민을 위해 학교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