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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에도 안전불감증…충북 목욕탕 절반 이상 소방시설 엉망

등록 2018-01-08 16:28수정 2018-01-08 21:09

충북 목욕탕 115곳 중 67곳 소방 법규 위반 적발
충남 4313곳 중 필로티·드라이비트 건물 2143곳
충북은 소방법 개정·충남은 법률 미비 보완 건의
충남도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말 보령지역의 한 복합건축물에서 상시대피 가능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충남도소방본부 제공
충남도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말 보령지역의 한 복합건축물에서 상시대피 가능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충남도소방본부 제공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도 불구하고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에서는 목욕탕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방·안전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적발됐다. 충남에서는 복합건축물 가운데 절반이 화재·지진 등 재난에 취약한 구조와 불에 타는 외장재로 지어져 안전대책이 시급했다.

8일 충북도소방본부는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충북지역 목욕장(찜질방 포함) 115곳의 소방시설 일제 점검을 벌여 67곳에서 74건의 소방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업소들은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피난통로·계단 등에 물건을 쌓아 두는 등 소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충북 지역 한 목욕탕 비상 계단에 신발장이 설치돼 있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구조 통로로 활용되는 비상 통로에 건출물·물건 적재를 해서는 안된다.충북 소방본부 제공
충북 지역 한 목욕탕 비상 계단에 신발장이 설치돼 있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구조 통로로 활용되는 비상 통로에 건출물·물건 적재를 해서는 안된다.충북 소방본부 제공
충주지역 업소 2곳은 비상구를 폐쇄했다가 적발됐다. 한 업소는 방화문까지 훼손했다. 충주, 제천지역 업소 2곳은 피난통로·계단 등에 물건을 쌓아 둬 비상 대피를 어렵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소는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도 소방본부는 이번 점검에서 비 가림막, 건물 사이 연결 통로 등 불법으로 보이는 건축물 9건을 적발하고 유도등 등 소방시설 고장 등 60건은 시정 조처했다. 지난달 21일 29명이 숨진 제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화재 때 비상구에 목욕 바구니 등을 쌓아 둔 불법 철제 선반이 적발됐다.

충북 소방본부의 한 여성 소방관이 충북지역 한 목욕탕을 찾아 소방점검을 하고 있다.충북 소방본부 제공
충북 소방본부의 한 여성 소방관이 충북지역 한 목욕탕을 찾아 소방점검을 하고 있다.충북 소방본부 제공
도 소방본부는 소방시설 작동 기능 점검을 소방시설관리업자가 전담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소방청에 건의했다. 지금은 건물 관계인, 소방안전관리자 등도 소방 점검을 할 수 있다. 실제 제천 화재 참사가 난 스포츠 복합 센터는 지난 8월 지금의 건물주가 사들이기 전까지 전 건물주의 아들이 소방 안전 관리를 한 것으로 드러나 ‘셀프 점검’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도 소방본부는 목욕장 안 방수형 비상벨, 시각 경보기 등의 설치도 제안했다. 장세철 충북도소방본부 대응예방과 조정관은 “앞으로 목욕탕, 고시원, 학원, 골프연습장 등 다중 이용업소의 비상구 등 소방시설을 불시 점검해 소방 안전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충남도소방본부도 최근 재난 안전 수준을 평가하는 도내 복합건축물 조사를 했더니 모두 4313곳이었으며, △필로티·드라이비트 건축물 438곳 △필로티 건축물 711곳 △드라이비트 994곳 △불연성 2170곳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제천 화재 참사 뒤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복합건축물은 주거·상가·교육시설·종교시설·병원 등 두 가지 이상의 용도로 사용되는 건축물을 말한다.

도 소방본부의 조사를 보면, 필로티 구조 복합건축물 수는 천안(205곳), 아산(187곳), 서산(94곳) 차례였고,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사용한 복합건축물은 당진(203곳), 천안(193곳), 아산(122곳) 차례였다.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를 사용한 복합건축물은 438곳이었으며, 천안이 132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가구·다세대 주택 역시 10곳 가운데 4곳꼴로 필로티 구조·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 소방본부가 도내 다가구·다세대 주택 1만6145곳을 전수 조사했더니, 필로티·드라이비트 건축물은 전체의 6071곳(38%)에 달했다. 다가구·다세대 주택 가운데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로 시공한 곳은 1087곳, 필로티 구조는 3417곳, 드라이비트 시공은 1567곳 등이었다.

도 소방본부는 건물 소유주와 관리자에게 화재 예방수칙 등을 보내고,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로 시공한 복합건축물은 관할 소방서장이 직접 점검하고 관계자 교육을 하기로 했다. 도 소방본부 쪽은 “3월까지 다중이용시설이 입주해 있는 복합건축물을 중심으로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법과 건축법이 일치하지 않는 등 법률적 미비로 대책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정부에 법적인 충돌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충남 도내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서는 17건의 불로 9명이 사상했고 4억3047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오윤주 송인걸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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