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제천 두손스포리움 화재사고로 사망한 희생자들이 시신이 안치된 충북 제천 서부동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유가족대기실에서 22일 오후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천화재 참사 유족이 꾸린 유족대책본부는 29일 통화 시간과 통화 내용 등을 충북경찰청 수사본부 쪽에 건넸다.
유족대책본부 쪽은 “전화기에 남아 있는 통화 기록에다 유족의 기억을 되살려 통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생존 시간, 당시 상황, 소방당국의 잘못된 구조 등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발 진상을 제대로 밝혀 달라는 마음으로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유족대책본부가 공개한 마지막 통화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죽겠어, 좀 살려줘!”
“알았어 빨리 갈게. 어디야?”
“목욕탕 화장실 쪽 흡연실에 있어. 공기가 부족해. 숨 막혀, 여보 빨리 와….”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 화재 참사 당시인 지난 21일 오후 4시 6분부터 6분 32초 동안 고 신명남씨와 남편 안아무개씨가 한 마지막 통화다.
안씨는 끝내 ‘빨리 오라던’ 아내 곁에 가지 못했다. 안씨는 ‘빨리 와’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끝으로 이후 “숨 막혀” “아 뜨거워” “2숨을 못 쉬겠어” “문 열어” “연기 들어와” 등 5~6명의 다급한 비명만 들었다. 신씨는 목욕탕 2층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책본부가 29일 화재 참사 당일 희생자와 가족 등이 나눈 마지막 통화 시간과 내용을 공개했다. 화재 신고 4분 뒤인 지난 21일 오후 3시 57분부터 오후 4시 16분까지 희생자 12명이 가족 등과 나눈 통화는 그야말로 간절하고, 처절했다.
고교생으로 헬스장을 찾았던 고 김다애양은 아빠 김아무개씨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김양은 이날 3시 59분 아빠를 찾았다.
“아빠 불났어!”
“빨리 피신해 아빠가 갈게. 수건으로 입 막고 피해. 피하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 어디야 올라갔어?”
“6층인데 앞이 안 보여, 문도 안 열려!”
“조금만 참아. 힘드니까 말하지 말고. 조금만 참아.”
그리고 말이 없었다. 기침과 신음만 간혹 들릴 뿐이었다. 4시 10분이었다.
김씨는 “그렇게 눈앞에서 딸을 보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렇게 소방관에게 6층으로 들어가 달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유리창을 깨 달라는 애타는 목소리도 컸다. 고 장경자씨는 오후 4시3분 남편 김아무개씨에 전화를 걸어 “당신 차가 보여요. 유리창이 안 깨져요. 연기가 올라와요”라고 한 뒤 전화가 끊겼다. 장씨는 남편을 코앞에 두고 하늘로 떠났다.
고 정희경씨는 남편 윤아무개씨와 4시1분부터 16분까지 3차례 통화했다. 내부 사정을 알길 없는 남편이 입을 열었다.
“유리창 깨봐.”
“앞이 전혀 안 보여.”
“물그릇으로 깨봐.”
“어디 있는지 안 보인다니까.”
“죽겠어 빨리 어떻게 해.”
“수건 물 적셔서 입에 대고 있어.”
“세민 아빠….”
‘세·민·아·빠’ 네 음절을 세상에 남기고 윤씨는 먼 여행을 떠났다.
한편 경찰은 고 안익현씨가 화재 신고 4시간이 지난 저녁 8시1분께 가족과 통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실제 통화가 아니라,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확인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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