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찰이 23일까지 사망 29명, 부상 36명의 인명 피해를 낸 제천 ㄴ스포츠 복합센터 참사와 관련해 건물주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방문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건물 관리인·근무자 7명 등 45명도 조사했다.

제천경찰서에 마련한 합동수사본부는 23일 오후 6시 ㄴ스포츠 복합센터 건물주 이아무개(53)씨를 방문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원주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22일 이씨의 병실을 찾아 상태 등을 살폈지만 이씨가 조사를 받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3일 이씨에게 출석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원주의 한 병원에서 구급차를 타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려 했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발길을 돌렸다. 이씨 쪽은 “사람의 도리를 하고 싶어 조문하려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출석 요구를 했다. 하지만 이씨가 출석이 어렵다고 해 방문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스프링클러·비상벨 작동과 관리 상태, 비상 출입구 관리 상태, 소방점검·안전 상태, 건물 불법 증·개축·용도 변경 여부, 1층 주차장의 공사 여부 등을 조사할 참이다.

경찰은 이날 복합 스포츠센터 관리과장 ㄱ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건물 관리인·근무자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화재현장 목격자 4명, 화재 사고 탈출자·부상자·유족 34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누수로 천장이 결빙됐고, 사건 당일 오후 건물 관리인이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토치 등 화기를 이용한 작업이 아니라 도구로 얼음을 떼어냈다고 했다. 천장 보수 작업이 화재와 관련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건물주 이씨가 ‘세월호 선장’처럼 먼저 탈출했는지를 살피는 것도 경찰 조사 쟁점이다. 이씨는 화재 당시 다른 이들의 대피를 돕다가 구조됐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건물 구조를 아는 이씨가 ‘세월호 선장처럼’ 자력 탈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지난 21일 화재 당시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출동한 민간 사다리차를 타고 위기 현장을 벗어났다.

정일석 제천서 수사과장은 “22일 면담 과정에서는 이씨가 다른 이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는 등 구조 활동을 하다 구조됐다고 주장했지만 다각도로 조사해 보려 한다. 이 씨뿐 아니라 당시 근무자·대피한 환자 등을 상대로도 이 부분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밝힐 화재현장 2차 감식도 시작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께 유족을 찾아 지난 22일 벌인 1차 감식 내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1층 천장에서 발화했다. 1층 천장에서 난 불이 설비 문제인지, 작업과 관련이 있는지 살피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브리핑 뒤 국과수, 검찰,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6개 기관은 화재현장을 찾아 2차 감식을 시작했고, 유족 대표 5명도 감식 상황을 참관했다. 합동 감식팀은 이날 1층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가 불에 탄 차량 15대를 들어낸 뒤 바닥부터 샅샅이 살필 계획이다.

감식팀은 22일 건물 안에서 나온 폐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 8점과 사고 현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 4점 등을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을 맡겼다. 이날 공개된 폐회로 텔레비전 화면에선 1층 주차장 천장에서 튄 불꽃이 순식간에 주변 주차 차량으로 옮겨붙는 것이 확인됐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