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대학 전 초빙교수 ㄱ씨가 20일 몸담았던 대학 총장의 비리를 제보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의 한 대학 총장이 전임교수직과 대학 구내식당 운영권 등을 제안하며 수차례에 걸쳐 1000여만원의 금품을 갈취하고, 대학 위탁 문화센터에서 수천만원을 챙겼다는 주장이 이 대학 전직 교수한테서 나왔다. 하지만 대학 쪽은 총장이 이 교수에게 빌려준 돈(1500만원)을 틈틈이 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졌으며, 전임교수직을 요구하다 무산되자 앙심을 품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주의 한 대학 초빙교수를 지낸 ㄱ씨는 20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대학 총장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7차례에 걸쳐 1060만원(300만원 추후 교비로 지급받음)을 요구했다. 학교 위탁 문화센터에선 1년여 동안 거의 매일 10만~30만원씩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총장이 직접 돈을 가져가거나 계좌를 적어 주고 입금을 요구하는 형식이었다”며 자신이 입금한 계좌, 이 대학 총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관련자들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 등도 함께 공개했다.
청주의 한 대학 총장이 식당 운영자 등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윤주 기자
ㄱ씨는 이달 초께 교육부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으며, 교육부는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이 대학 평생교육원 초빙교수로 최고경영자과정을 관리했으며, 한때 학부에서 경영학을 강의했다. 2014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교 구내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ㄱ씨는 “대학 총장이 2014년 1월께 따로 불러 대학이 위탁 운영하는 충북도 한 기관의 식당·자판기 운영권, 외식 조리 경영학과 교수 채용 등을 제안했으며, 이후 수시로 돈을 요구했다. 대학 총장이라는 우월적 지위에다 식당 운영권, 교수 자리까지 제안해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청주의 한 대학 총장이 식당 운영자, 교수 등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윤주 기자
ㄱ씨는 대학 위탁 문화센터의 부실 운영과 문화센터를 통한 총장의 개인 비리도 폭로했다. ㄱ씨는 1년6개월 동안 이 센터를 관리했다. ㄱ씨는 “총장은 이 문화센터 설립의 최대 주주로 건물 소유자다. 법인이지만 수시로 들러 돈을 챙겨 갔다. 거의 매일 들렀으며, 성수기엔 30만원, 비수기엔 10만원 정도씩 마음대로 가져갔다. 1년여 동안 수천만원 정도는 챙겨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 관련 각종 소송 비용으로 교비를 전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명절 등에 학교 관계자 등 20여명에게 한우·과일·쌀 등을 선물하게 했다는 주장도 함께 했다.
청주의 한 대학 총장이 식당 운영자 등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윤주 기자
ㄱ씨는 “총장이 식당에서 다달이 쌀도 가져갔으며 대학 관계자를 통해 명절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회지도층인 대학 총장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행태들이 대학 안에서 벌어졌다. 늦게나마 바로잡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실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청주의 한 대학 총장이 식당 운영자 등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윤주 기자
대학 쪽은 ㄱ씨가 총장에게 보낸 ‘전임교수 자리 마련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 대학 홍보실장은 “총장께서 ㄱ씨에게 돈 1500만원을 빌려준 뒤 조금씩 돌려 받았던 것뿐이다. ㄱ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초빙교수이던 ㄱ씨가 전임교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앙심을 품고 거짓 제보를 한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씨는 “돈 빌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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