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앞둔 단양 가곡초 보발분교 학생들. 가톨릭 공동체 산 위의 마을 박기호 신부 제공
다예(9)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가곡초등학교 보발분교 3학년이다. 고즈넉한 산골 마을 작은 학교는 이제 문을 닫는다. 다예가 산, 들, 나무, 꽃과 노닐며 타박타박 오가던 학교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다예는 내년 3월부터 9.8㎞ 떨어진 가곡초에 다녀야 한다. 5년 전 귀농한 아버지 김정훈씨는 “아쉽다. 작지만 소중한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의 상심도 클 것이다. 학교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달 보발분교 폐교와 통폐합을 알리는 행정예고를 했다. 통폐합에 앞서 전교생 8명의 학부모는 찬반 투표를 했고, 6명이 찬성했다. 김대수 단양교육장은 “학부모 60% 이상 찬성하면 통폐합한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수업이 제대로 안 됐는데 이제 학습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가곡초엔 통폐합 인센티브 2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보발분교 보존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박춘택 위원장은 “이제 젊은이들이 마을에 오지 않을 것이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의 미래도 사라진다”고 했다.
충북지역에선 내년 3월 보은 수정초 삼가분교(6명)는 수정초, 영동 미봉초(16명)는 양강초와 통폐합한다. 충주 중앙탑초(40명)는 폐교한 뒤 기업도시로 이전해 충주중앙탑초로 거듭난다. 지난해 괴산 추산초(26명), 단양 대강초 장정분교(5명)도 폐교되는 등 작은 학교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작은 학교 폐교는 학생 수 감소가 원인이다. 2006년 24만1263명이던 충북 학생은 올해 18만64명으로 줄었으며, 2021년엔 17만2550명으로 곤두박질할 것으로 추정됐다. 학생이 줄면서 작은 학교는 크게 늘어 올해 초등학교 272곳 가운데 105곳(38.6%)이 60명 이하다.
충북교육청은 ‘작은 학교 살리기’, ‘작은 학교 활성화’ 등의 이름으로 각종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교육부의 ‘인센티브’ 당근이 더 달다.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농촌 작은 학교 21곳에 2억2500만원, 77곳에 100만원씩 공동교육활동 운영비 77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초등(60명 이하)학교가 폐교하면 40억원, 분교(20명 이하)는 20억원, 중등은 90억원 등 교육여건개선비를 뭉칫돈으로 안긴다.
고주영 충북교육청 적정규모지원담당 주무관은 “학부모, 지역사회, 동문 등과 협의를 통해 통폐합을 추진한다. 작은 학교 살리기와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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